“청년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성경과 책, 사람과 세상을 읽어 낼 능력이 필요합니다. 텍스트 자체를 잘 이해하는 능력과 더불어 역사적 사회적 문학적 문맥을 넓게 파악하는 능력 즉 문해력을 말합니다. 수동적 성도가 아니고 하나님 앞에 단독자로 설 수 있는 그리스도인이 되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청년 시절은 리터러시 파워를 꼭 키워야 한다고 봅니다.”
정한욱(56) 우리안과 원장은 지난해 ‘믿음을 묻는 딸에게, 아빠가’(정은문고)를 저술해 국민일보 올해의 책 저자 가운데 한 명으로 선정됐다. 책은 믿음을 묻는 청년들과 진솔하고도 깊이 있게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성경은 물론 기독교와 인문학 고전들을 동원해 친근하게 답하는 형식으로 저술돼 ‘평신도 신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의료 소외지역인 전북 고창의 안과 사무실에서 지난달 13일 의술과 저술에 집중하고 있는 정 원장을 만났다. 목회자의 서가를 방불케 하는 온갖 성서 주석집이 배열된 책장 아래서 각종 각주와 기도문, 적용을 담은 문장을 써넣어 본래보다 서너 배 두꺼워진 표준새번역 성경을 편 정 원장과 마주 앉았다.
“‘준비하고 기다리라’ 이 말을 청년들에게 먼저 하고 싶습니다. 청년 시절은 기본적으로 준비하는 기간입니다. 매일 매일의 작은 준비가 나중엔 엄청난 차이로 나타납니다. 성경 공부, 직업적 준비, 커리어 쌓기 등을 말합니다. 힘들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인내하면서, ‘시간에 시간을 주라’고 당부하고 싶습니다. 특별히 교회 청년들에게 지나치게 소모적인 일에 매몰돼 미리 번아웃되면 안 된다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정 원장은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소속인 서울 신용산교회(오원석 목사)에서 장로로 섬기고 있다. 주중엔 고창에서 환자를 돌보고 주말엔 서울의 교회에서 찬양위원장 직분으로 섬기는 것이다. 학창 시절부터 43년째 신용산교회에 출석 중이다. 젊은 시절 바쁜 의대 공부 와중에서도 청년부 교사와 부장 등을 거치면서 교회 청년들과 성경 공부 교재를 만들어 함께 대화해왔다. 정 원장은 지금도 기독 서적뿐만 아니라 인식의 지평을 넓혀줄 책들을 매년 수십 권씩 읽고 블로그 ‘서음인의 집’에 서평을 게재하고 있다.
늘 병원 문을 열어야 하는 개원의라는 사정상 정 원장은 휴가를 자유롭게 가지 못하는데, 그럼에도 2008년부터 비전케어 소속으로 매년 해외 개안수술 의료봉사에 참여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오지 모리타니부터 아시아의 파키스탄 몽골 스리랑카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까지 10개국 넘는 곳에서 해마다 일주일 이상 자비량으로 머물며 백내장 수술로 현지인들에게 빛을 되찾아주는, 말 그대로 실로암의 기적을 전하는 선교 활동을 해오고 있다.
보수적 신앙을 가진 정 원장이지만 그는 청년들에게 “경계를 넘어서는 용기를 지니라”고 당부했다. 그는 “기독교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편협한 종교가 아니다”라며 “그 기독교에 대한 희망을 놓지 말고 함께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을 하나님의 형상을 지닌 존엄한 인간으로 여기고 사랑의 법과 환대의 해석학으로 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긍휼히 여기는 주님의 마음을 품고 문해력과 역지사지를 통해 귀 기울여 듣는 능력을 확보했다면, 이젠 변화를 수용할 용기가 필요합니다. 다원화된 시대에 혐오와 정죄를 정체성으로 삼는 종교에 미래가 있겠습니까. 예수님은 경계를 넘어 성육신하셨고, 십자가를 통해 결정적으로 경계를 무너뜨리셨습니다. 청년들이 세계 시민으로서의 품격, 구도자로서의 그리스도인, 사랑과 환대의 종교인 기독교인의 정체성을 확립했으면 좋겠습니다.”
고창=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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