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혐의로 피소된 손웅정 ‘SON아카데미’ 감독 측과 고소인 간의 대화 녹취 파일이 공개됐다. 녹취 파일에는 고소인이 손 감독과 손흥민 선수가 유명 인사인 점을 언급하며 고액의 합의금을 요구한 내용이 담겼다.
손 감독에게 아동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학생의 부친 A씨와 손 감독 측 김형우 변호사의 대화 녹취 파일이 28일 디스패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됐다.
A씨는 해당 파일에서 사회적 물의를 빚고 ‘억대 합의금’을 준 유명인들의 사례를 언급하며 이번 사건 합의금으로 5억원을 요구했다. 그는 “아이한테 보장할 수 있는 금액은 1500만원 정도밖에 안 되는 것을 나도 안다. 그런데 (지금은) 특이상황”이라며 “손웅정 감독님과 손흥윤(손흥민 선수 친형)하고 다 껴 있는 것 아니냐. 이미지 실추랑 생각하면 5억원 가치도 안 되느냐”고 말했다.
또 “언론사든 축구협회든 해서 아예 거기(SON아카데미) 자체를 없애버리고 싶은 마음”이라며 “언론 막고 축구도 계속하는데 5억이든 10억이든 돈이 아깝느냐”고 했다.
A씨는 손흥민의 이적료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김 변호사가 “엄밀히 따지면 손흥민 선수의 일이 아니다”라고 선을 긋자, A씨는 “손흥민 선수 일이 아니어도 손웅정이 에이전시 차려서 본인이 하지 않느냐”며 합의금으로 5억원을 재차 요구했다.
그러나 이를 전해 들은 손 감독은 피해 아동 측에 사과 의사와 잘못한 부분에 대한 처벌을 받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원칙을 벗어나는 합의금을 지불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한다. 아카데미의 문제가 손흥민 선수와 엮이는 것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5억원을 지불할 수 없다는 의사를 전하자, A씨 측이 금액을 5억원에서 2억원, 2억원에서 다시 1억5000만원까지 조정하며 합의를 요구하는 내용이 녹취 파일에 담겼다.
A씨는 고액의 합의금을 요구했다는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A씨는 이날 오전 SBS 모닝와이드와의 인터뷰에서 “파렴치한, 돈 뜯어내려고 하는 그런 말도 안 되는 부모가 됐다”며 “그런 것 때문에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A씨에 따르면 ‘5억원’이라는 금액은 SON아카데미 코치 2명과 변호사가 찾아왔을 때 처음 거론됐다. A씨는 “손 감독 측이 처벌 불원서, 언론 비밀 보장, 대한축구협회에 징계를 요구하지 않는 조건으로 합의금 1500~2000만원을 제시했다”며 “바로 ‘됐다’고 웃으면서 ‘얼마나 사람을 우습게 봤으면 단 한 명도 제대로 된 사과 없이 이런 조건을 달면서 합의를 하자고 하는 거냐’고 했다. 화가 나서 ‘그럼 5억원 주시던가요’라는 얘기가 거기서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손 감독과 코치 2명은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혐의로 송치돼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A씨 측은 “오키나와 전지훈련 중이던 3월 9일 코치가 아이의 허벅지 부위를 코너킥 봉으로 때려 2주간 치료가 필요한 상처를 입혔다”는 입장이다. 손 감독이 기본기 훈련을 잘 못한다는 이유로 욕설을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손 감독은 이에 “마음의 상처를 받은 아이와 그 가족분들께 깊은 사과의 뜻을 전한다”며 “다만 고소인의 주장은 진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 제 모든 것을 걸고 맹세컨대 아카데미 지도자들의 행동에 있어서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전제되지 않은 언행은 결코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시대의 변화와 법에서 정하는 기준을 캐치하지 못하고 제 방식대로만 아이들을 지도한 점을 반성하고,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하고, 훈련에 몰입할 수 있도록 또 다른 방법을 찾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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