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의 한 직원이 원우회 회비 6억8990만원을 횡령해 검찰에 기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약 5년 동안 총 39회에 걸쳐 자금을 유용했지만 산업연은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 산업연은 “원우회는 산업연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개별 조직”이라며 ‘개인의 일탈’일 뿐이란 입장이다. 산업연이 수억원대 횡령 사건에 휘말리면서 관리 부실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된다.
2일 대전지방검찰청에 따르면 산업연 기획조정본부 소속 직원 A씨는 지난 4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2018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산업연 명의의 농협은행 계좌에서 총 39회에 걸쳐 원우회 회비 6억8990만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A씨는 경영지원실에 근무하면서 원우회 통장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았었다. A씨가 수년간 빼돌린 금액은 전체 원우회 기금의 59.8%에 해당한다.
산업연은 지난해 8월에야 원우회에서 횡령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전해진다. 산업연은 이 사안과 관련해 기관 차원에서 법적 대응 등의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올해 1월 익명의 신고를 통해 뒤늦게 경찰 수사가 시작됐다. 산업연은 A씨가 맡았던 원우회 관련 직무는 산업연과 무관하므로 산업연 원장 등 기관 차원에서 책임져야 할 일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산업연 관계자는 “별개 독립 조직에서 발생한 행위의 범죄 여부를 산업연이 판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산업연 안팎에서는 직원 개인의 일탈로 선을 긋는 것은 국책연구기관으로서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원우회는 산업연에 입사하면 가입 의사 표명 없이 자동으로 가입된다. 산업연은 출자금 명목으로 매달 5만원의 원우회비를 급여에서 원천징수한다. 원우회는 산업연 모든 직원과 연관성이 있고 기관의 경영 및 인사 시스템과도 맞물려 있는 조직인 것이다. A씨는 원우회 자금 출납 현황을 확인하고 대출을 포함해 기금에 변동이 생기면 이를 경영지원실장과 기획조정본부장 등 임원에게 보고해왔다. 산업연 임원들이 사전에 수상한 기금 흐름을 인지할 수 있는 구조다.
산업연이 내부에서 대규모 횡령 사건이 벌어졌음에도 국무조정실 등 국책연구기관을 관리하는 상급기관에 보고조차 하지 않은 것은 사건을 은폐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산업연 직무 관련 범죄 고발지침에 따르면 횡령이 발생하면 의무적으로 고발하고 상급기관에도 알려야 한다. 이에 대해 산업연은 “산업연 직무 관련 범죄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상급기관 보고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산업연은 횡령이 벌어진 기간인 2021년 10월 업무분장 세칙을 개정해 경영지원실 업무 중 원우회에 관한 내용을 삭제한 바 있다.
[반론보도] <산업연구원 직원, 원우회 돈 6억8990만원 횡령 기소> 관련
본 신문은 지난 6월 2일자 인터넷신문에 <산업연구원 직원, 원우회 돈 6억8990만원 횡령 기소> 및 6월 3일자 인터넷 신문에 <원우회비 7억 빼돌린 직원… 산업연 “개인 일탈” 책임 회피>라는 제목으로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의 한 직원이 원우회 회비 6억8990만원을 약 5년 동안 총 39회에 걸쳐 횡령해 검찰에 기소되었으나, 산업연구원이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아 관리부실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된다고 보도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산업연구원은, “원우회는 노동조합과 마찬가지로 산업연구원 기관과 분리된 독립조직이며, 원우회가 관련 대책회의를 했다”고 알려왔습니다. 또한 “원우회는 산업연구원 기관의 경영 및 인사 시스템과도 맞물려 있는 조직이 아니며, 원우회 자금 출납 현황을 확인하고 대출을 포함해 기금에 변동이 생기면 이를 경영지원실장과 기획조정본부장 등 임원에게 보고해 온 사실이 없고, 따라서 산업연구원 임원들이 사전에 수상한 기금 흐름을 인지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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