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동계올림픽 도중 반도핑 규정을 어겨 금메달이 박탈된 러시아 피겨스케이팅 간판 카밀라 발리예바(18)가 올림픽을 2년 앞두고 56종의 약물을 투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영국 더타임스는 13일(현지시간) 스포츠중재재판소(CAS) 판결문을 인용해 “러시아의 팀 닥터들이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을 앞두고 2년 동안 발리예바에게 심장약, 근육강화제, 경기력 향상제 등을 칵테일(혼합)의 형태로 투여했다”고 보도했다.
발리예바는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경기를 앞두고 소변 샘플에서 트리메타지딘과 하이폭센, L-카르니틴이 검출돼 파문을 일으켰다. 트리메타지딘은 협심증 치료 약물로 운동선수의 신체 효율을 향상시키는 데 사용될 수 있어 2014년 도핑 금지 약물로 지정됐다. 하이폭센과 L-카르니틴은 도핑 금지 약물은 아니지만 두 가지를 조합할 시 운동 능력 및 지구력 개선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CAS 판결문에 따르면, 발리예바는 이 외에도 스테로이드 호르몬인 엑디스테론과 근력 향상 목적의 아미노산 보충제 크레아틴, 피로감을 줄이는 스티몰 등 56종의 약물에 양성 반응을 보였다.
더 타임스는 러시아의 조직적인 약물 투여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더 타임스는 “발리예바는 징계받았으나 약물을 투여한 의료진과 코치는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았다”며 “특히 의료진 중 한 명인 필리프 슈베츠키 박사는 2007년 러시아 조정 선수들에게 금지 약물을 투여해 2년간 자격 정지 처분을 받은 이력이 있다”고 밝혔다.
세계반도핑기구(WADA) 올리비에 니글리 사무총장은 “충격적인 사건”이라며 “발리예바가 약물 투여를 주도한 어른들을 보호하기 위해 희생양이 됐다”고 말했다.
앞서 발리예바는 지난 1월 도핑 방지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인정돼 선수자격 정지 처분을 받았다. 발리예바 측은 약물 투여와 관련해 “할아버지가 복용하는 심장약이 섞여 섭취된 때문”이라고 주장해왔다. 할아버지의 알약을 으깨려던 도마를 사용해 만든 디저트를 먹었다는 것이다. 그의 할아버지가 직접 CAS 청문회에 “심장 발작을 일으킬 때마다 트리메타지딘(협심증 치료제)을 복용했다”고 해명하기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베이징동계올림픽 발리예바의 성적이 0점 처리되면서 러시아의 단체전 금메달 역시 무효 처분됐다.
김민경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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