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로 삽시간에 빗물이 들어찬 청주 오송 지하차도 침수 참사로 다수의 희생자가 발생한 가운데 20대 여성 사망자가 친구와 나눈 마지막 통화 내용이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16일 충북 청주시 하나병원 장례식장에 오송 지하차도 참사 희생자들의 빈소가 마련됐다. 그중 사회초년생 A씨(24·여)는 친구들과 1박2일의 여수 여행 꿈에 부풀어 오송역으로 가기 위해 시내버스에 올랐다가 주검으로 발견됐다.
A씨는 먼저 오송역에 가 있었다는 친구들에게 통화로 “버스에 물이 찬다. (버스)기사 아저씨가 창문을 깨고 나가라고 한다”고 전한 것이 마지막 말이라고 한다.
A씨의 외삼촌 이모(49)씨는 “친구 말을 들어보니 버스 기사가 당시 물이 들어오니까 ‘손님 빨리 탈출하세요. 창문 깨드릴 테니까 탈출하세요’라고 했다고 하는데 그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고 언론에 전했다.
그는 “당국이 ‘둑이 터져 어쩔 수 없었다’는 말은 용납이 안 된다”면서 “(폭우로 인해) 버스가 원래 노선이 아니라 다른 노선으로 갔다. 사전에 도로를 통제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A씨는 경기도에서 작업치료사로 일하며 거동이 어려운 환자들을 돌본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정말 착한 아이였다. 외동딸로서 어머니를 가깝게 모셨다”며 “작년에 취업했다고 좋아했는데 한창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나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했다.
A씨와 같은 버스에 탑승해 출근하던 박모(76·여)·백모(72·여)씨도 나란히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아파트 미화원으로 함께 일하던 친구 사이로, 고령의 나이에도 주6일 근무를 하며 성실히 생활해 왔다고 한다.
결혼한 지 불과 2개월 된 새신랑도 이번 참사로 목숨을 잃었다. 청주 시내 한 초등학교 교사인 B씨(30)는 다른 도시로 임용고시를 보러 가는 처남을 기차역까지 차로 태워주다가 변을 당했다. 처남은 헤엄쳐 나왔으나 김씨는 끝내 나오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가 난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에서는 지난 15일 오전 8시40분쯤 인근 미호강 제방이 터지면서 유입된 하천수로 시내버스 등 차량 15대가 물에 잠겼다. 사고 직후 현장에서 9명이 구조됐고, 현재까지 사망자는 12명이 확인됐다. 실종자 수색작업이 이뤄지고 있어 사상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승객들에게 ‘물 들어온다. 손님들 창문 깨드릴 테니 빨리 탈출하시라’고 목청을 높였던 버스 기사(50대)도 17일 오전 1시25분쯤 끝내 주검으로 발견됐다. 소방 당국은 도보 수색 도중 세종 방면 출구 앞 100ｍ 지점 기둥 인근에서 버스 기사의 시신을 수습됐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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