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협상 결렬로 조종사노동조합이 쟁의행위에 돌입한 아시아나항공의 국제선 왕복 항공편이 결항됐다. 국제선이 결항된 건 노조가 본격적으로 쟁의행위에 돌입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1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베트남 호찌민에 도착할 예정이었던 아시아나항공의 OZ731편이 결항됐다. 이 비행기는 오전 7시35분에 인천을 떠나 11시5분(현지시간) 호찌민 현지에 도착 예정이었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 12시5분(현지시간) 호찌민에서 출발해 오후 7시25분 인천으로 돌아올 예정이었던 OZ732 귀국편도 함께 결항됐다.
국제선이 결항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15일 기준 국내선만 8편 결항됐다. 지연을 겪은 건 국제선 35편, 국내선 19편 등은 54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기장, 부기장 등을 섭외하려고 했으나 여의치 않아 결항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결항으로 피해를 겪은 고객에게는 타사 항공편을 안내하거나 후속편을 연결해주는 등 불편을 최소화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출발 편과 귀국편에는 각각 125명, 171명의 승객이 탑승할 예정이었다.
아시아나항공과 조종사노조는 임금협상 과정에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일 쟁의행위 돌입 이후에도 4차례 임금협상을 진행했으나 모두 결렬됐다. 회사는 현재 소급 적용을 위한 협상 대상인 지난해 임금을 2.5% 인상하는 안을 제시한 상태다. 아시아나항공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임금을 동결했다. 노조는 지난 14일부터는 항공기 결함이 있을 시 규정에 따라 비행을 거부하는 등 준법투쟁의 강도를 높이는 2차 쟁의행위에 돌입했다. 오는 24일부터 파업 돌입을 예고한 상태다.
만일 파업으로 이어진다면 항공기 지연, 결항 등 소비자 피해가 커질 전망이다. 현행 규정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은 파업 시에도 국제선의 80%, 국내선 50%, 제주노선 70% 이상의 인력 또는 운항률 등을 유지해야 한다. 노조는 규정을 지킨다는 방침이지만 국제선의 기준 최대 20%는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파업과 관련해 “코로나19 위기 기간 국민의 혈세를 투입해 회사를 보전할 수 있었다”며 “(이번 파업을 한다는 건) 국민의 이동권을 볼모로 하는 집단 이기주의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쟁의행위를 중단하고 성실히 교섭에 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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