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는 회사 사장으로부터 “쯔쯔쯔”하는 혀로 입천장을 차는 소리를 들었다. 개 부르는 듯 오라고 손짓 하는 등 모욕적인 행동은 덤이었다. 직원들이 모인 회식 장소에서도 계속 ‘바보’ ‘야’ ‘너’라고 부르며 하이파이브도 강요했다. 과자를 억지로 입에 넣어주려고 해 어쩔 수 없이 받아먹기도 해야 했다. 다른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죽여버릴까? 죽고 싶어?”라는 폭언도 들었다.
직장인 3명 중 1명은 여전히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중 약 10%는 극단적 선택까지 고민했다고 답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4주년을 맞아 지난 6월 9~15일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이같이 조사됐다고 8일 밝혔다.
응답자 중 33.3%는 지난 1년 동안 직장 내 괴롭힘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시행 전인 2019년 6월 실태조사 결과(44.5%)보다 10% 포인트 이상 감소한 수치다. 다만 지난해(29.6％)보다는 3.7％ 포인트 늘어났다.
그중에서도 30대가 상대적으로 괴롭힘을 더 많이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30대 괴롭힘 경험률은 43.8%로 20대(25.5%)보다 18.3% 포인트 높았다. 단체는 “첫 취업 연령대가 높아지며 30대 신입사원이 늘어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괴롭힘 유형으로는 모욕·명예훼손(22.2%)과 부당 지시(20.8%)가 높게 나타났다. 뒤이어 폭행·폭언(17.2%), 업무외 강요(16.1%), 따돌림·차별(15.4%)도 주를 이뤘다. 괴롭힘 정도에 대해서는 유경험 응답자 중 절반 정도인 48%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특히 일터의 약자일수록 괴롭힘이 심각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구체적으로는 직장 규모가 작고, 직급이 낮고, 사무직이 아닌 일터의 여성 직장인일수록 괴롭힘의 정도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괴롭힘 유경험자 10명 중 1명은 자해 등 극단적 선택을 고민할 정도라고도 답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회사나 기관에 신고하는 등 직접적으로 대응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조사됐다. 결과에 따르면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 중 회사나 기관에 신고한 비율은 단 7.2%에 불과했다. 괴롭힘 행위를 신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응답자 219명(69.5％)이 ‘대응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 70명(22.2％)은 ‘향후 인사 등에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라고 답했다.
신고 등 적극적으로 대처한 28명조차 절반 이상인 60.7%가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중 8명은 신고 이후 대기발령 등 불리한 처우를 당했다. 권두섭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4주년이 됐지만 특히 비정규직, 작은 사업장 등 일터 약자들은 더 고통받고 있다”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5인 미만 사업장, 원청 등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사각지대를 없애고, 관리·감독과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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