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내년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면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16일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열린 초청 강연에서 “나가면 당선돼야죠, 이번에는”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전략적으로 보면 상대가 뭘 하는지 모르게 하라고 한다”며 “쟤네(국민의힘) 하는 거 보고, 거기에 따라 전략 전술을 정하는 게 맞는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금태섭 전 의원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주도하는 이른바 ‘제3지대’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창당 이유를) ‘거대 양당 획일화 타파’라고 하면, (그런) 틀에 박힌 정당이면 안 하는 게 낫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최근 외교 행보·정책에 대해서는 “기존 외교와 다른 이질적 선택을 하는 게 나쁘진 않다”면서도 “프로토콜을 너무 버리기 때문에 문제가 되고 있다. 프로토콜은 밖에서 보여지는 국격에 해당하는 것인데, 빨리 자리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과 관련해선 “하버드 (대학 연설을) 고집했다는 이야기, 영어 연설에 집착한 것 등(을 고려하면) 국내 정치적 목적이 강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확장억제 강화 내용을 담은 ‘워싱턴 선언’을 두고는 “(한·미 양국 간) 등가교환이 아니라는 느낌을 국민들이 받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 전 대표는 또 대일 외교 과정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오염처리수’로 표현하는 논란이 불거진 것을 예로 들며 “일본이 별로 신경도 안 쓰는데 먼저 설설 기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것도) 프로토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강연에 참석한 한 학생이 ‘정당의 인재 영입이 기대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지 못하다’고 하자 그는 “전문가 정치는 안 될 것”이라며 “수사 전문가가 대통령 되면 어떨지 생각해본 적 있으세요? 경험하고 계시죠”라고 했다. 검찰총장 출신 윤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 전 대표는 강연 전 기자들과 만나서는 보수정당 불모지인 호남 지역 민심 회복 방안과 관련해 “인공지능(AI) 인재를 몇만 명 양성하겠다, 이런 것은 누가 봐도 붕 뜬 이야기다. 붕 뜬 이야기 말고 구체적인 것들을 찾아 공략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때나 당선인 시절 광주가 AI의 대표 도시가 되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것에 대한 지적으로 보인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의 올해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 전망에 대해 “무조건 가실 거라고 생각한다”면서 “김재원·태영호 (최고위원의) 행보로 과거의 노선을 버리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당의 총선 전망에 대해서는 “(당 지지율이) 30%에서 왔다 갔다 하는 것에 일희일비하고 박수 치고 이런 것 자체가 참 웃긴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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