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의 제조·공급책 등 3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최고 사형까지 구형할 수 있는 ‘영리목적 미성년자 마약투약’ 혐의를 적용했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부장검사 신준호)은 마약음료 제조책 길모(26)씨를 마약류관리법 위반 및 범죄단체가입·활동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4일 밝혔다. 보이스피싱 중계기 관리책인 김모(39)씨와 필로폰 공급책 박모(36)씨도 함께 재판에 넘겼다.
길씨는 박씨로부터 받은 필로폰을 우유와 섞어 마약음료를 제조한 뒤 청소년들에게 마시게 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집중력 강화 음료 무료 시음회라며 학원가에서 미성년자 13명에게 마약음료를 건넸고, 실제로 9명이 음료를 마신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금품 갈취 목적으로 청소년에게 마약음료를 투약했다는 점을 고려해 길씨에게 ‘영리목적 미성년자 마약투약’ 혐의를 적용했다. 당초 경찰이 적용한 미성년자 마약제공 혐의의 최고 형량은 무기징역이지만, 영리목적 미성년자 마약투약 혐의는 최대 사형까지 처해질 수 있다. 피해자들에게 환각 증세를 일으킨 것과 관련해선 특수상해 혐의를 적용했다.
이번 범행을 지시한 건 보이스피싱 조직이었다.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은 피해 학생들의 부모에게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돈을 주지 않으면 자녀를 신고하겠다”고 협박까지 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는 이 과정에서 070으로 시작하는 인터넷전화 번호를 국내 휴대전화 번호인 010으로 바꿔주는 역할을 맡았다. 범죄 수익 1542만원을 차명계좌로 받아 자금을 세탁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중국에 체류 중인 공범 3명 외에 경찰 단계에서 밝혀지지 않았던 공범 1명도 추가 검거해 지난 3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다크웹수사팀을 투입해 공범들의 중국 소재지 추적 자료도 확보했다. 중국 공안에 해당 자료를 전달한 검찰은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 등 공범 검거·송환에 주력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피고인들에게 죄질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철저히 공소유지하고, 범죄수익을 끝까지 추적해 환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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