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제주 4·3 추념식에서 ‘맨손’으로 분향을 하고 행사와 다소 동떨어진 추도사를 한 것을 두고 제주 지역 언론들을 중심으로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한 총리는 윤석열 대통령을 대신해 지난 3일 제주 4·3평화공원에서 열린 75주년 추념식 행사에 참석했다. 대통령과 여당 측 인사들이 대거 불참한 와중에 참석한 것이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행사 당일 그의 행보를 두고 5일 정치권 안팎에서 뒷말이 나왔다.
당시 행사에서 한 총리는 흰 장갑을 끼지 않은 채 제단에 올라 헌화와 분향에 나섰다. 맨손으로 향을 집어 향로에 넣기도 했다. 역대 정부 대표단 중 맨손으로 참배에 나선 건 한 총리가 처음이라고 제주의소리 등 지역 매체들은 지적했다.
도민사회에서는 “장갑을 미처 준비하지 못한 것은 사소한 실수일 수도 있지만, 국가 추념일 행사인데 정부·여당이 전체적으로 4·3 추념식을 너무 소홀히 대하는 것 같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고 미디어제주는 전했다.
행사 성격과 다소 동떨어진 내용의 추도사를 두고도 비판이 나왔다. 윤 대통령의 추념사를 대독하면서 한 총리는 “IT 기업과 반도체 설계기업 등 최고 수준의 디지털 기업이 제주에서 활약하고, 세계의 인재들이 모여들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다. 느닷없이 ‘반도체’ 얘기가 나오자 추념식장 곳곳에서 한숨이 터졌고, 일부 유족은 ‘저게 무슨 소리냐’며 자리를 뜨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총리는 또 ‘묵념’ 타이밍을 맞추지 못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오전 10시 정각 사이렌이 울리는 도중에 그는 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몇몇 유족들의 안내로 뒤늦게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수천명의 참석자들은 이미 모두 일어나 묵념을 하고 있는 상태였다.
한 총리와 ‘셀카’를 찍기 위해 한 참석자가 난입하는 황당한 해프닝도 빚어졌다. 오영훈 도지사가 막아서면서 실제 사진 촬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한다.
한편 한 총리는 ‘돌덩이’ 발언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국회 대정부 질문 과정에서 윤석열정부의 일제 강제동원 배상 해법안 직후 이뤄진 한·일 정상회담 성과를 평가하며 “가장 큰 돌덩이를 치웠다”고 말해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한 총리는 지난 3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이번 한·일 정상회담이 굴욕적이었다는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 “이번에는 가장 큰 돌덩이를 치웠고, 이제 그러한 돌덩이를 치운 노력을 토대로 해서 하나하나를 다 논의하고 해결하는 방향으로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이를 두고 부적절한 비유라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4일 대정부 질문에서도 관련 지적이 잇따랐다. 윤관석 민주당 의원이 ‘돌덩이 치웠다는 표현이 부적절한 비유라고 생각하지 않냐’라고 묻자 한 총리는 “(그런) 의도가 아니다. 의도를 자꾸 곡해하지 말라”면서 “한·일 관계를 악화시켜 과거에 발목 잡히게 만드는 문제를 ‘돌덩이’라고 표현한 것이지 강제징용 피해자와 국민을 지칭한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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