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4일 ‘제주 4·3은 국경일보다 격이 낮은 기념일’ 발언으로 비판을 받은 뒤 공개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당내에서는 누적된 실언에 따른 ‘근신’ 조치라는 평가가 나왔다. 김 최고위원은 ‘전광훈 우파 천하통일’ ‘5·18 정신 헌법 게재 불가’ 발언으로 이미 두 차례 사과한 바 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보통 3·1절과 광복절 정도 (기념식에) 참석하는데 4·3 기념일은 이보다 조금 격이 낮은 기념일 내지는 추모일”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이) 무조건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은 것을 공격해대는 자세는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기서 ‘격이 낮은 기념일’이라는 표현 때문에 논란이 일었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서 “오늘 아침 KBS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조선일보 기사를 참고하게 됐다”며 “국무총리실 사무관으로 재직했던 저의 경험으로 국경일과 경축일, 기념일의 차이를 설명하기 좋은 자료라고 생각해서 조선일보 기사의 아랫 부분을 그대로 인용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해 다시 논란이 빚어지므로 더 이상 이를 피하기 위해 당분간 공개 활동을 모두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김 최고위원이 인용한 기사에는 “국경일에 관한 법률을 보면 한국에서 가장 격이 높은 ‘경사로운 날’은 3·1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등 이른바 5대 국경일”이라며 “4·3희생자 추념일은 이보다 격이 낮은 ‘기념일’에 해당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김 최고위원이 국경일과 기념일의 차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일부 정제되지 못한 표현으로 논란을 일으킨 점을 지적하고 상응하는 조치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당대표로서 김 최고위원의 발언에 매우 큰 유감의 뜻을 전했다”면서 “오직 민생을 살피고 돌봐야 할 집권 여당의 일원이 불필요한 분란을 야기하며 국민과 당원에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태는 더 이상 허용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달 12일 전광훈 목사 주관 예배에 참석해 ‘5·18 정신을 헌법에 수록할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은 뒤 비난이 쏟아지자 사과했다. 이어 같은 달 25일에는 ‘전광훈 목사가 우파 진영을 천하통일했다’고 말했다가 재차 고개를 숙였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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