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책방] 여름밤의 라디오 공개방송처럼

Է:2025-07-19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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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화 출판평론가


연남동 ‘서점 리스본’에서 대전 ‘버찌책방’의 조예은 대표가 북토크를 한다길래 다녀왔다. 연남동에는 경의선이 지나가던 철로가 있다.

가을이면 키 큰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어 철길을 따라 걷기 좋았다. 모두 옛날 일이다. 경의선은 지하로 숨고 그 자리는 공원이 되었다. 이름하여 ‘연트럴파크’다.

이 인근에 대략 헤아려도 책방만 열다섯 곳이 넘게 있다. 서점 리스본은 2016년 연남동 상가건물 3층에서 시작했다. 몇 번의 이사를 거쳐 지금은 연트럴파크 옆에 둥지를 틀고 있다.

‘기찻길 옆 오막살이 우리아기 잘도 잔다’라는 동요처럼 철길 옆에 가난한 이들이 집을 짓고 살았다. 하지만 경의선숲길에 젊은이들이 몰려오자 철길 옆 작은 집들이 상가로 변했다. 서점 리스본이 자리한 건물도 그랬으리라 짐작된다. 1층이 7평, 2층이 6평 남짓한 협소 건물이다. 1층은 책으로 가득 차 있고, 2층에는 ‘생일책’과 8명 정도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테이블이 있다.

북토크는 2층에서 진행됐다. 서점 리스본의 정현주 대표는 레몬과 레드와인을 넣은 시원한 상그리아를 준비해 뒀다. 각자 가져온 컵에 상그리아를 따라 마시며 책방을 꾸리려 분투한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이어서 독자들이 말을 받았다. 10여명이 들어가면 꽉 차는 공간에 다양한 이들이 모여 있었다. 대전에 살며 버찌책방을 자주 다녔다는 한 독자는 버찌책방이라는 동시를 써 은상을 받은 어린이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정 대표는 자리를 마무리하며 이런 말을 했다.

“진심이 아니라면 네트워크는 만들어지지 않아요. 버찌책방이 밖으로 보여지는 걸 만들기 위해 얼마나 힘들었을까, 한편으로는 안쓰러워요.”

서점 리스본은 주말이면 줄을 서는 서점으로 유명하다. 서점이 협소하니 사람이 조금만 몰려도 줄을 설 수밖에 없을 테다. 물론 생일책, 비밀책처럼 평범한 책을 특별하게 포장해 콘텐츠로 만들어낸 정 대표의 기획력이 뒷받침되었다. 정 대표는 30여년을 라디오 작가로 일했다. 라디오의 전성기 시절에 옥주현, 이봄, 최강희, 장윤주 등의 디제이와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정 대표에게 책방은 라디오다. 초대 손님을 부르고, 청취자의 사연을 읽어주고, 애청자와 소통하듯 서점을 라디오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고 운영한다. 책방은 누가 하느냐에 따라 카멜레온처럼 변하니 참으로 신기하다. 정 대표에게 책방은 라디오지만 누군가에게는 학교가 되고, 갤러리도 되기도 한다.

두 시간 넘게 책방 2층에 앉아 있자니 정말로 라디오 스튜디오에 들어온 듯했다. 스튜디오의 무거운 문을 힘겹게 닫고 마이크 앞에 앉으면 이상하게 말이 술술 나왔다. 청취자들이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 줄 거라는 믿음, 우리끼리만 아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편안함 때문이었다. 그러고 보니 정 대표는 맨 뒤에 앉아 라디오 피디처럼 북토크를 관장하고 있었다. 책방은 천의 얼굴을 가졌다.

한미화 출판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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