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지분 확보에 실패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경쟁 상대인 하이브와 출발선이 달라진 만큼 SM 인수전에 뛰어든 카카오의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경영권 장악을 위한 주주총회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카카오의 결정에 따라 신규 진입 주주들의 희비도 엇갈릴 전망이다.
5일 카카오는 향후 SM 대응 전략과 관련해 침묵을 이어갔다. 지난 3일 이수만 전 SM 총괄프로듀서가 제기한 카카오 대상 SM 주식 유상증자·전환사채(CB)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서 당초 9%대 SM 주식을 보유하려던 카카오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카카오는 가처분 인용 배경 및 향후 대응 전략 등 내부 논의를 마친 뒤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카카오의 전략 수정안에 따라 SM의 주가 향방도 갈릴 것으로 보인다. 당초 하이브는 SM 소액주주 대상 공개매수를 진행하며 매수가를 12만원으로 제시했지만, 지분 확보를 위한 하이브와 카카오의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주가도 폭등했다. 카카오가 9만원대 신주 발행에 실패하고도 완주 의지를 보일 경우 본격적인 지분 전쟁이 시작되는 셈이다.
하이브가 보유한 에스엠 지분은 15.8%+α(알파)로 추정된다. 지난달 이 전 총괄의 지분 14.8%를 사들인 뒤 효성그룹 계열사 '갤럭시아에스엠'에서도 공개매수를 통해 약 1% 매입했다. 여기에 지난 1일 마감된 공개매수 물량은 아직 발표하지 않은 상태다. 이 전 총괄의 남은 지분 3.65%도 풋옵션이 걸려 있어 향후 확보 가능하다. 풋옵션은 장래 특정 시기에 일정한 상품을 미리 정한 가격에 매각할 권리를 뜻한다.
카카오 보유 지분은 하이브에 크게 뒤처져 있다. 지난 16일과 28일 SM 지분을 각각 2.9%(68만3398주), 4.56%(108만7801주) 매집한 기타법인이 카카오 측 우호세력이라고 가정해도 약 9% 이상의 추가적인 지분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일단 카카오가 하이브와 유사한 수준의 지분을 장내에서 확보한 뒤 공개매수를 고려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선 시나리오대로 갈 경우 양측의 출혈 경쟁을 피할 수 없다. 과도하게 높은 비용을 부담하며 ‘승자의 저주’에 걸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카오만 해도 SM 주식을 주당 13만원에 공개매수할 경우, 당초 유상증자 등으로 확보하려던 9.05%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 계획(2171억원)보다 1000억원 가량을 추가 투자해야 한다.
다만 카카오가 에스엠을 포기하지 못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카카오에 자금력이 풍부하다는 점을 들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카카오의 현금성 자산이 4조원을 넘은 데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싱가포르투자청에서 9000억원 규모 투자금이 유입되기도 했다.
법원의 신주 발행 가처분 결과 발표를 앞두고 SM과의 사업협력 의지를 강조했다는 점도 카카오가 전면전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김성수 카카오엔터 각자대표는 지난 27일 “SM과 파트너십 존속 자체를 위협하는 현재의 상황을 더 이상 지켜볼 수만은 없게 됐다”며 “기존 전략의 전면적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현재 우위를 점한 하이브의 경우 카카오의 전략을 살핀 뒤 재공개매수에 나서는 등 추가적인 지분 취득에 나설 전망이다. 소액주주 대상 지분 25% 취득을 목표로 진행된 지난 공개매수 결과는 결제 시점인 오는 6일 이후 발표 예정이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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