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자본 갭투기’ 방식으로 주택을 사들인 뒤 보증금을 가로챈 ‘빌라왕’들의 배후로 지목된 컨설팅업체 대표 등 78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해 제주에서 숨진 채 발견된 빌라왕 정모씨도 이 분양컨설팅업체와 연관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13일 사기 혐의를 받는 부동산 컨설팅업체 대표 신모씨 등 78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78명에는 임대사업자 김모씨를 비롯해 분양업자과 공인중개사, 중개보조인 등이 포함됐다. 이중 신씨는 전날, 김씨는 지난달 28일 구속됐다.
이들은 2017년 7월부터 2020년 9월까지 서울 강서구·양천구, 인천 등 수도권 일대에서 주택 628채를 매수하면서 임차인 37명에게 보증금 80여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임대차 수요가 높은 중저가형 다세대 주택 중에서 자기 자본 없이 보증금으로 매매금액을 지불하는 방식인 ‘동시진행’이 가능한 매물을 물색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빌라왕의 배후에 있는 컨설팅업자의 실체가 경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수사 결과 동시진행 브로커가 매물을 가져오면 신씨와 같은 매매 컨설팅 업자가 김씨와 같은 매수자를, 또 다른 전세 컨설팅 업자가 세입자를 모집해 계약을 주도하는 식으로 역할을 나눠 범행이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주택을 매도한 전 소유주로부터 1건당 수백만~수천만원의 리베이트를 받아 약 8억원의 불법 수익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김씨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계좌 거래 내역 등을 통해 신씨와의 연관성을 찾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신씨의 휴대전화 등을 들여다본 결과 김씨 외에도 다수의 주택 매수 명의자가 신씨의 관리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에서는 지난해 7월 제주에서 돌연 사망한 정씨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이들이 리베이트 금액을 포함해 전세보증금을 부풀리고 다세대 주택을 매입한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세입자에게 받은 전세보증금은 매수 금액으로 쓰였기 때문에 경찰은 이들이 보증금을 반환해줄 능력과 의사가 없었다고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정씨를 비롯한 다른 명의자들과의 공모 관계와 구체적 연관성 등을 계속 수사하고 있다”며 “전세사기 예방을 위해서는 계약서 작성 시 임대인이 변경되는 경우 임차인에게 통지하고 전세보증보험 가입이 불가능하면 계약을 취소한다는 내용을 특약란에 기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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