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1호기 원전 자료를 삭제해 감사원 감사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대전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박헌행)는 9일 감사원법 위반·공용전자기록 등 손상·방실침입 혐의로 산업부 국장 A씨(56)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같은 혐의를 받는 과장 B씨(53)와 서기관 C씨(48)에 대해서는 각각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와 B씨는 감사원 자료 제출 요구 직전인 2019년 11월 월성 1호기 관련 자료 삭제를 지시하거나 묵인·방조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C씨는 그해 12월 2일 오전 감사원 감사관과의 면담 일정이 잡히자 전날 밤 11시쯤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사무실에서 2시간 동안 월성 1호기 관련 자료 530건을 지운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검찰은 A씨에게 징역 1년6개월, B씨와 C씨에게 각각 징역 1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감사원에서 요구받은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삭제하기까지 했다”며 “감사원은 한국수력원자력의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과 관련한 산업부의 개입 의혹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웠다. 이로 인해 감사 기간이 예상보다 7개월가량 지연되는 등 감사원의 감사를 방해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A씨 자신도 검찰에서 자료 삭제와 관련해 ‘감사원이 불필요하게 오해할 수 있는 자료를 정리하자’는 뜻이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이는 산업부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즉시 가동 중단에 개입한 정황을 감사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될 자료를 확인할 수 없도록 자료를 삭제하자는 의미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A씨 등은 재판 과정에서 “인사이동 과정에서 관행에 따라 자료를 삭제했을 뿐 감사 방해에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감사원의 포렌식을 몰랐다고 해도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상황임을 모두 알고 있었던 점, 다른 자료보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관련 자료를 삭제하는 데 유독 시간이 오래 걸린 점을 감안하면 인정하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C씨의 방실침입 혐의에 대해 사무실 출입할 권한이 있었다고 보고 무죄로 판단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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