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말 없는 112 신고에도 기지를 발휘해 데이트폭력 피해자를 안전하게 구출했다.
지난 6일 인천경찰청에 따르면 전날 오전 8시7분 인천경찰청 112에 신고 전화가 왔지만 신고자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상황실 근무자 김호성 경위는 위급 상황일 수도 있겠다는 판단하에 지난해부터 시행한 ‘보이는 112’ 시스템을 통해 신고자의 상황을 파악하려고 시도했다.
‘보이는 112’는 질문에 답하기 곤란한 상황에 처한 신고자가 휴대전화의 숫자 버튼을 누르면 경찰은 신고자에게 인터넷 주소(URL)를 보낸다. 신고자가 이를 클릭하면 신고자의 휴대전화 카메라로 현장 상황을 볼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신고자인 20대 여성 A씨는 숫자 버튼을 누르지 않았고 한참 동안 응답이 없었고, 전화기 너머로는 남녀가 싸우는 듯한 대화가 미세하게 들렸다.
김 경위는 긴급상황이라고 보고 위치추적시스템(LBS)을 가동한 뒤 관할 경찰서에 ‘코드1’ 지령을 내렸다. 코드1은 생명이나 신체 위험이 임박했거나 진행 중일 때 발령된다.
지구대 경찰관들은 위치추적으로 확보한 인천의 한 오피스텔로 출동하면서 A씨와 다시 통화했다. 그러나 A씨는 “잘못 눌렀다”며 “신고를 취소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구대 경찰관들은 울먹이는 A씨 목소리에 “안전한지 직접 보고 확인해야 한다”며 설득했고 집 층수를 알아낸 뒤 3분 만에 A씨가 있는 오피스텔에 도착했다.
경찰관들이 오피스텔 초인종을 누르자 20대 남성 B씨가 문을 열었다. 잠시 뒤 오피스텔 안에서 울던 A씨가 현관문 쪽으로 나왔고 B씨가 알아차리지 못하게끔 소리 없이 입 모양으로만 ‘살려주세요’라고 도움을 요청했다.
지구대 경찰관들은 A씨를 현관문 밖으로 데리고 나가 피해를 확인한 뒤 B씨를 특수상해 혐의로 체포했다.
B씨는 전 여자친구인 A씨를 찾아가 얼굴을 때리고 흉기로 한 차례 찔러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B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A씨의 집 주변 순찰을 강화하고 치료비와 심리상담도 지원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과 같은 ‘무응답 신고’를 접수하면 사소한 단서라도 놓치지 않는 게 중요하다”며 “긴급상황으로 판단되면 신고자 위치를 추적해 빠르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노혜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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