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는 지난 24일(현지시간)부터 이례적으로 중국 상하이 공장의 가동을 멈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기차 수요 감소를 원인으로 봤다. 최근 미국에서 차량 가격을 7500달러(약 960만원)이나 내린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지난달 24일에는 테슬라 모델S가 완전자율주행 모드로 달리다가 급정거하는 바람에 8중 추돌사고를 일으켰다. 전기차 글로벌 1위 회사가 이런데 과연 ‘100% 전기차 전환’이 가능하긴 한 걸까.
도요타 아키오 도요타 사장은 회의적인 입장이다. 최근 인터뷰에서 “정답이 무엇인지 아직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한 가지 선택지(전기차)로 국한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자동차 산업 종사자 중 ‘조용한 대다수’는 전기차를 유일한 선택지로 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하지만 전기차 전환이 대세인 상황에서 쉽게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전기차 전환에 신중했던 도요타는 ‘전기차 지각생’이라는 핀잔이 커지자 지난해 12월 전기차 17종의 실물을 한꺼번에 공개하며 전기차 전쟁에 참전했다. 그러나 첫 전기차 bZ4X에서 치명적인 결함이 발견돼 전액 환불 조치를 하는 등 굴욕을 겪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KPMG이 지난 22일 공개한 보고서는 아키오 사장의 이런 발언을 뒷받침한다. 보고서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 경영진 915명을 인터뷰한 뒤 “2030년 전 세계 전기차 판매는 전체 시장의 10~40%에 그칠 것”이라고 전했다. 1년 전 조사에서 나온 예상치(20~70%)를 크게 밑돈다. 게리 실버그 KPMG 글로벌 자동차산업 책임자는 “오래 전부터 전기차 낙관론이 있었지만 단기적으로는 현실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무지개와 나비가 보이는 유토피아를 상상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전기차 회의론이 커진 배경에는 배터리 원자재와 부품 가격 상승이 자리한다. 리튬, 희토류, 차량용 반도체, 알루미늄 등의 가격이 일제히 오르면서 차량 가격 상승과 공급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본 것이다. 전기차의 가격은 오르는데 경기는 침체하고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수요가 둔화할 가능성도 커졌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같은 무역 제재도 100% 전기차 전환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업계 관계자는 28일 “각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도 시장을 왜곡하는 요인이다.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면 전기차 경쟁력은 더 약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독일, 영국, 노르웨이 등 유럽 주요국들은 전기차에 주던 혜택을 줄이고 있다.
악재가 산적해 있지만 지난 10월 유럽의회와 유럽연합 이사회는 2035년부터 27개 회원국에서 내연기관차의 신차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에 최종 합의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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