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사상 최다인 88승을 거둔 케이트 휘트워스가 8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크리스티나 랜스 LPGA 대변인은 25일(현지시간) 휘트워스가 크리스마스 이브에 자신이 살던 미국 텍사스주의 한 동네 크리스마스 파티에 참석했다가 쓰러져 숨졌다고 밝혔다.
1939년생인 휘트워스는 15살 때 처음 골프를 시작해 19세에 첫 프로에 발을 들였다. 이후 LPGA 최다 우승 88회(메이저대회 6회), 상금왕 8회(역대 1위), 베어트로피(시즌 평균 최저타수) 11회(1위), 홀인원 11회(1위), 올해의 선수상 7회(2위) 등 굵직한 역사를 써내려갔다.
특히 88회 우승은 LPGA는 물론 미국남자프로골프(PGA)를 통틀어 가장 많은 우승이다. LPGA 통산 우승 2위인 미키 라이트가 82회이고, PGA에선 샘 스니드와 타이거 우즈가 82승으로 역대 최다다. AP통신은 “휘트워스는 샘 스니드, 타이거 우즈, 미키 라이트, 아니카 소렌스탐 중 누구도 닿지 못했던 골프에서의 기준을 세웠다”고 평가했다.
그는 우승상금으로만 100만 달러를 벌어들인 최초의 여성 골퍼다. 휘트워스는 1963·1965년 8회 우승을 하고, 1968년 11회 우승을 했음에도 1년에 5만 달러 이상 벌지 못한 것을 고려하면 얼마나 꾸준히 좋은 성적을 냈는지 알 수 있다. 휘트워스는 1975년 LPGA 명예의 전당에 올랐고, 1982년에는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에 가입했다.
휘트워스는 14세까지 테니스를 쳤지만 15세에 골프로 방향을 틀었다. 그는 1981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오픈 테니스 대회가 허용되기까지 10년도 더 전이었다”며 “그때는 골프가 여성들을 위한 유일한 프로스포츠였기 때문에 골프를 계속 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생전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88번의 우승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는다. 누구도 넘을 수 없는 기록과 목표를 세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이기고 싶었을 뿐”이라며 “난 대단한 사람이 아니다. 그저 운이 좋아서 성공할 수 있었다. 더 나은 선수가 되려고 했던 노력이 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드는 것은 아니다”라고 겸손함을 보였다. 그러면서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지 묻는다면 ‘사람들이 나를 기억해준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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