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부산 한 중학교 2학년 A양(13)이 화장실에서 출산을 했다. A양은 출산 후 아기가 울자 탯줄을 자른 가위로 아기를 찔렀다. A양은 상자에 숨진 아기를 넣고 아파트 15층에서 밖으로 던졌다. 청소년의 영아 유기 사건이 전국 여기저기에서 일어났다. 이 무렵부터 부산 수영로교회(이규현 목사)는 청소년과 새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고민을 했다.
2016년 ‘마더박스(Mother Box)’ 사역이 시작된 계기다. 사역을 담당하는 수영로교회 김도림 목사는 20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우리 모두 청소년 미혼모가 아기를 버리는 사건을 마음 아파했다”면서 “출산을 앞둔 청소년에게 용기를 주고 아기를 살리기 위해 출산과 육아에 필요한 물품을 나눠주는 일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수영로교회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함께 청소년을 포함한 미혼모들을 돕기 위해 출산 준비물을 담은 마더박스를 나눠준다. 2016년부터 매년 출산 예정이거나 출산한 미혼모 100명에게 엄마와 아기에게 필요한 물품을 주고 있다. 박스에는 ‘FOR BRAVE MOM(용감한 엄마를 위해)’라는 분홍색 하트 모양 스티커가 붙는다.
올해는 지난달 배송을 마쳤다. 마더박스 안에는 아기띠, 체온계, 손수건 등 육아용품이 가득 들어간다. 김 목사는 “예비 엄마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브랜드 제품을 골라 준비한다”고 했다. 한 업체는 아기들을 위한 난방텐트를 별도로 후원하고 있다. 예비 엄마들이 마더박스에서 가장 감동하는 아이템은 성도들이 손으로 직접 쓴 편지다.
성도들은 이 편지에서 ‘임신과 출산을 축하해요. 새 생명을 낳기로 한 당신을 응원합니다. 당신와 아기의 삶을 축복해요’라는 메시지를 공통적으로 담는다. 김 목사는 “청소년 미혼모들은 출산을 결심하더라도 가족의 지지를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면서 “대부분 마더박스 편지에서 ‘임신을 축복한다’는 말을 처음 듣고 큰 용기를 얻는다”고 했다.
마더박스를 받은 한 엄마는 후원단체를 통해 보낸 편지에서 “입양을 고려했는데 막상 아기를 낳고 웃는 얼굴을 보니 너무 사랑스러워서 키우게 됐다”면서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다른 엄마는 “육아가 막막했는데 오늘도 보내주신 손편지를 보면서 힘을 낸다”며 “우리 아기도 나중에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착한 사람이 되도록 잘 키우겠다”고 했다.
또 다른 엄마는 “주변에서 이렇게 많이 도와주시고 격려해주셔서 용기 내 아이를 키우려 한다”며 “지금은 종교가 없지만 어릴 때 믿던 하나님의 축복이 여러분과 도움받은 모든 분들에게 있길 기도한다”고 썼다. 수영로교회는 미혼모의 육아뿐만 아니라 자립을 위해서도 다양한 사역을 이어갈 예정이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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