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10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4개월 연속으로 하락했다. 도매상의 체감물가를 나타내는 PPI는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선행지표 성격을 갖는다. 앞선 10월 CPI에 이어 PPI에서도 인플레이션 둔화세가 나타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고강도 긴축 방향을 바꿀 여지가 생겼다. 미국 뉴욕 증권시장의 주요 3대 지수는 16일(한국시간)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1. 10월 생산자물가지수
미국 노동부는 지난 15일 밤 뉴욕증시 개장을 앞두고 10월 PPI를 발표했다. PPI는 전년 동월 대비 8.0%, 전월 대비 0.2%씩 상승했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에 종합된 경제 전문가 전망치인 0.4%를 하회했다. 에너지·식품가격을 뺀 10월 근원 PPI는 전년 동월보다 5.4%, 전월 대비 0.2%씩 올랐다.
PPI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지난 3월 11.7%로 정점을 찍은 뒤 둔화세를 이어갔다. 지난 5월 11.1%까지 내려갔던 상승률이 6월 11.2%로 잠시 반등했지만 7월 9.7%, 8월 8.7%, 9월 8.4%에 이어 10월 8.0%까지 내려갔다. 아직 8%대에 머물렀지만 4개월 연속으로 하락했다.
PPI는 생산자의 판매가격으로 매기는 물가지수다. 아직 소매 단계로 넘어가지 않고 도매상이 체감하는 물가를 나타낸다. 결국 PPI는 CPI의 선행지표 성격을 갖게 된다. CPI의 경우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이 지난 6월 9.1%로 정점을 찍은 뒤 4개월 연속으로 내려갔다.
미국 노동부가 지난 10일 발표한 10월 CPI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7.7%였다. 지난 7월부터 8%대에 머물렀던 상승률이 3개월 만에 7%대로 내려오자 시장은 환호했다. 당시 나스닥지수는 7.35%,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5.54%,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3.70%씩 급등했다.
시장은 고물가를 잡으면 연준의 고강도 긴축 방향을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준이 올해 내내 물가·고용 지표를 참고해 통화정책을 결정해온 탓이다. 10월 CPI와 PPI에서 모두 물가상승률 둔화세를 확인한 만큼 ‘인플레이션 정점론’은 더 강한 힘을 받게 됐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의 차기 금리 인상률 전망에서 16일 오전 7시20분 현재 ‘빅스텝’(0.5% 포인트 금리 인상)을 예상한 비율은 85.4%로 우세했다. ‘자이언트스텝’(0.75% 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실은 의견은 14.6%다.
앞서 연준은 지난 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11월 정례회의에서 사상 초유의 4회 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밟았다. 미국의 현행 기준금리는 3.75∼4.00%다. 올해 마지막 기준금리를 결정할 차기 FOMC 정례회의는 미국 동부시간으로 12월 13일부터 이틀간 열린다.
시장은 FOMC 12월 정례회의에서 빅스텝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월스트리트 금융·증권가의 꾸준한 경고대로 인플레이션 둔화가 경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에도 주목하기 시작했다. 뉴욕증시 주요 3대 지수의 상승률은 10월 CPI에 열광한 닷새 전과 다르게 10월 PPI를 확인하고 마감한 이날 제한적으로 나타났다.
다우지수는 0.17%(56.22포인트) 오른 3만3592.92, S&P500지수는 0.87%(34.48포인트) 상승한 3991.73, 나스닥지수는 1.45%(162.19포인트) 뛴 1만1358.41에 마감됐다. 러시아에서 발사된 것으로 추정되는 미사일 2개가 폴란드 영내에 떨어졌다는 소식이 전해진 점도 장 후반부 상승률을 억제했다.
2. 월마트 [WMT]
미국을 대표하는 유통 체인 월마트는 이날 뉴욕증권거래소 개장을 앞두고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발표했다. 월마트의 분기 매출은 1528억1000만 달러,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1.5달러로 집계됐다. 미국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에 수집된 3분기 실적 전망치에서 매출은 1477억5000만 달러, EPS는 1.32달러였다. 월마트의 모든 실적이 전망치를 상회했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월마트 실적은 인플레이션에 따른 경기 둔화의 전조로 여겨졌다. 월마트는 1분기 ‘어닝 미스’를 기록한 지난 5월 18일 하루에만 11% 넘게 급락해 ‘리테일 쇼크’를 불러왔다. 현재 세계 시가총액 14위의 유통 강자인 월마트의 당시 주가 하락은 뉴욕증시 주요 3대 지수를 끌어내릴 만큼 시장에 강한 충격을 가했다.
하지만 지난 8월 2분기에 이어 이번 3분기까지 연달아 호실적을 발표해 반전을 이뤘다. 월마트 최고경영자(CEO) 더그 맥밀런은 “미국의 강력한 ‘백 투 스쿨 시즌’(의류 소비가 늘어나는 9월 개학 기간), 중국(9월 중추절)·인도(10월 디왈리)의 축제 기간을 포함한 세계적인 축제에서 지난 3개월간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월마트는 또 최대 20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도 발표했다. 3분기 호실적, 자사주 매입, 10월 PPI에서 확인된 인플레이션 둔화 조짐이 모두 월마트의 주가를 높이는 재료로 작용했다. 월마트는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6.54%(9.05달러) 상승한 147.44달러에 마감됐다.
3. 넷플릭스 [NFLX]
미국 OTT 플랫폼 넷플릭스는 300달러 선을 탈환했다. 이날 나스닥에서 3.65%(10.93달러) 오른 310.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내 자산 규모 2위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넷플릭스에 대한 투자 의견을 기존 ‘언더퍼폼’(시장 수익률 하회)에서 ‘매수’로 두 단계나 상향하고, 목표 주가를 370달러로 제시했다.
넷플릭스는 지난달 발표한 3분기 실적에서 신규 가입자 수를 앞선 2분기보다 241만명 늘려 레피니티브 전망치(107만명)를 상회했다. 넷플릭스는 3분기 실적 발표 당시 ‘기묘한 이야기 시즌 4’ ‘다머’와 더불어 한국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신규 가입자 확보에 도움을 준 콘텐츠로 지목했다.
하루 3분이면 충분한 월스트리트 산책. [3분 미국주식]은 서학 개미의 시선으로 뉴욕 증권시장을 관찰합니다. 차트와 캔들이 알려주지 않는 상승과 하락의 원인을 추적하고, 하룻밤 사이에 주목을 받은 종목들을 소개합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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