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이태원 참사의 원인을 자신에게 돌린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과 방송인 김어준씨를 두고 “직업적 음모론자”라고 지칭한 데 대해 황 의원이 “모욕죄”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황 의원은 8일 페이스북에 “한 장관이 국회회의장에서 국회의원을 특정하여 모욕적인 표현을 함으로써 완벽하게 모욕죄를 저질렀다”면서 “한 장관의 발언은 현행범으로 체포돼야 할 수준의 명백한 범죄”라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소영웅주의와 관종에 매몰된 한 장관이 틈만 나면 ‘튀는 발언’으로 그 천박함을 이어가던 중이라 놀랍지도 않다”면서 “한 장관을 즉각 공수처에 고소하는 건 물론 국무위원의 막중한 자리에 걸맞은 정치적 책임을 묻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황 의원은 지난 2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한 장관이 추진 중인 ‘마약과의 전쟁’ 기조가 이태원 참사의 배경이 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이와 관련해 한 장관은 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김어준씨나 황 의원과 같은 직업적인 음모론자들이 국민적 비극을 이용해서 정치 장사를 하는 건 잘못”이라며 “공당이 거기에 가세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있어야 하는데, 뜬금없이 인과관계가 전혀 없는 법무장관이 왜 나오냐”며 “허무맹랑한 소리”라고 지적했다.
야당 의원들의 반발과 사과 요구가 빗발치자 한 장관은 “제 발언 때문에 의사진행이 되지 못한 것에 대해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제가 말씀드린 취지에 대해선 번복할 의사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자정을 넘겨 차수를 변경해 열린 예결위에서는 “제 답변으로 예결위 진행 차질이 된 것에 대해서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짧게 사과했다.
황 의원은 글에서 논란이 됐던 자신의 발언 배경에 대해 부연했다. 그는 “마약류 범죄가 최근 몇 년 사이에 다소 증가한 건 맞지만 경찰청 마약과장 레벨에서 대응하면 적당한 수준”이라며 “그런데 느닷없이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를 기획한 사람들은 마약과의 전쟁을 통해 검찰이 주도하는 검찰만의 나라를 만들고 싶은 오만방자한 ‘검찰 만능주의자’들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태원 참사 당일 압사 사고가 예견되는 혼잡 지역에 기동대는 단 한 명도 배치되지 않았지만 마약 단속 인력은 50명 넘게 배치됐다”면서 “대통령부터 나서서 마약과의 전쟁 운운하니 일선 경찰들이 어떤 업무를 최우선적으로 중요시할지는 불문가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마약 단속에서 성과를 내는 데 매몰되다 보면 사람들이 많이 모인 인파운집 현장이 안전사고 위험지역이라는 인식보다는 마약사범이 많이 모여 있는 마약단속의 최적지로만 비칠 수 있다”며 “가장 중시해야 할 시민의 생명과 안전에는 소홀했던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음은 너무도 당연한 지적”이라고 강조했다.
황 의원은 또 “이 같은 국회의원의 활동에 대해 행정부 소속 국무위원이 국회 회의장에서 공개적으로 모욕적인 발언을 함부로 쏟아내는 건 국회의 존재를 무시하는 반민주적 태도”라면서 “삼권분립 정신을 훼손하는 야만적이고 천박한 언어”라고 한 장관을 거듭 비판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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