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연계 조짐 감지”… 경찰, 참사 후 ‘동향 파악’ 파장

Է:2022-11-02 04:39
:2022-11-02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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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이태원 참사 이틀 뒤인 지난 31일 시민단체와 온라인 여론 동향, 언론의 보도 계획 등 정보를 수집해 만든 '정책 참고 자료' 문건의 사진. SBS 화면 캡처

경찰청이 이태원 참사 발생 이틀 뒤인 지난달 31일 진보·보수 성향의 시민단체 다수와 온라인 여론 동향, 언론의 보도 계획 등의 정보를 수집해 만든 내부 문건을 관계기관에 배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문건에는 “정부 책임론이 부각될 조짐이 있다”는 정세 분석과 함께 세월호 참사와 이번 사건을 비교·분석하는 내용, ‘보상금 갈등 관리가 필요하다’는 등의 언급이 포함됐다.

1일 SBS가 공개한 ‘정책 참고 자료’라는 제목의 경찰청 내부 문건에는 ‘특별취급’이라는 주의 표시와 함께 ‘대외 공개, 수신처에서 타 기관으로의 재전파, 복사 등을 할 수 없습니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경찰이 이태원 참사 이틀 뒤인 지난 31일 시민단체와 온라인 여론 동향, 언론의 보도 계획 등 정보를 수집해 만든 '정책 참고 자료' 문건의 사진. SBS 화면 캡처

5가지 주제로 구성된 이 문건 내용 중 ‘주요 단체 등 반발 분위기’에 따르면, 경찰은 “일부 진보 성향 단체들은 세월호 이후 최대 참사로, 정권 퇴진 운동으로까지 끌고 갈 수 있을 만한 대형 이슈라며 긴급회의 개최 등 대응 계획을 논의 중”이라면서 “섣부르게 ‘정권 책임’을 내세웠다 역풍 가능성이 있는 만큼 당분간 상황을 주시하며 신중 검토 방침”이라고 적었다.

이어 ‘세월호 사고와의 연계 조짐도 감지, 정부 대응 미비점 집중 부각 전망’이라는 소제목에 “전국민중행동은 ‘제2의 세월호 참사’로 규정해 정부를 압박한다는 계획”이라고 적었다. 세월호 관련 인권단체 항목에서는 “피해자 가족 측 입장을 대변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고 함”이라는 식으로 관계자 발언을 간접 인용했다.

문건은 또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성명을 통해 “사망자 중 여성이 97명, 남성이 54명으로 알려진다(작성 당시 기준)”고 언급한 대목을 인용해 “여성가족부 폐지 등 정부의 ‘반여성정책’ 비판에 활용할 것을 검토 중이라 한다”는 동향 보고를 담았다.

경찰이 이태원 참사 이틀 뒤인 지난 31일 시민단체와 온라인 여론 동향, 언론의 보도 계획 등 정보를 수집해 만든 '정책 참고 자료' 문건의 사진. SBS 화면 캡처

자유대한호국단 등 보수단체 동향도 수집했다. 경찰은 ‘대정부 투쟁 소재가 될 것을 우려해 맞대응 방안 모색’이란 소제목에 “이태원 참사 당일 도심 촛불집회 참석자 다수가 이태원에 합류했을 것”이라며 “촛불행동 측 책임을 주장할 것이라고 함”이라고 보수단체 활동가의 말을 붙였다.

‘온라인 특이 여론’ 주제에서는 ‘정부의 안전관리가 미흡했다는 정부 책임론 부각 조짐’이라는 중간 제목에 지난달 30일 오전 보도량이 9건에서 108건으로 대폭 증가했고, MBC PD수첩 등 시사 프로그램들도 심층 보도를 준비 중이라는 내용을 적었다.

보상비 문제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경찰은 ‘정부 부담 요인에 관심 필요’ 주제에서 “향후 보상 문제가 지속적으로 이슈화될 소지가 있다”며 “빠른 사고 수습을 위해 장례비와 치료비, 보상금과 관련한 갈등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국민 성금 모금을 검토하고 정부도 동참하는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지자체 실무자들 반응이 담겼다. 2014년 판교 환풍구 추락 사고를 거론하며 “보상 문제는 외부인 참여가 늘어날수록 협의가 어려워진다”고 적기도 했다.

고위 공직자의 입단속도 주문했다. 문건에는 “세월호 당시 모 여당 의원의 ‘교통사고 발언’ 등이 이슈화되며 비난에 직면”이라는 표현이 들어갔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 논란 등을 예로 들어 “대통령 보고 시각, 지시 사항 등을 분·초 단위로 확인하며 집무실 이전에 따른 관저 문제와 연계해 미흡점을 찾으려는 시도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이태원 참사' 관련 입장을 표명을 표명하며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문건을 두고 일각에서는 과거 정보 경찰이 민간인 사찰을 하며 정리한 사찰문건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례로 보고서에는 보수단체가 “진보시민단체들이 세월호 때처럼 여론몰이하고 대정부 투쟁에 나설 경우 대응이 불가피한 만큼 대규모 집회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언급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경찰은 통상적 수준에서 취합한 것으로 사찰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 보고서의 작성 경위에 대해 “경찰법에 경찰 직무 중 공공안녕과 질서에 관한 위험요소에 대한 정보수집 기능이 있고, 대통령령에 정보의 종류 중 하나로 정책정보를 두고 있다”며 “정책과 관련된 공공안녕과 위험 요소를 분석해 각 기관에 배부하도록 하고 있는 활동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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