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페 핀드에서 304 낭독회가 열렸다. 세월호에서 돌아오지 못한 304명을 기억하기 위해 작가와 시민이 함께 지켜온 자리다. 오늘로 131번째다. 저마다 추모의 방식은 다르지만, 이 자리가 이어진 것은 묵묵히 낭독회를 지켜온 숨은 손들 덕분이다.
예전에 ‘엄마, 나야’(난다, 2015)라는 시집에 참여한 적이 있다. 서른네 명의 아이와 서른네 명의 시인이 짝을 이뤄 만든 책이다. 아이의 생일과 사진, 몇 가지 짧은 정보를 의지해 나는 그 아이의 목소리를 빌려 시를 적었다. 수사도 기교도 필요치 않았다. 그저 아이의 호흡을 대신 전하는 마음으로 썼다. 그 책도 어느덧 열 살이 됐다.
이번 낭독회에는 일본 소설가 호시노 도모유키 씨가 참여해 ‘신월(新月)’을 낭송했다. 첫 행은 ‘세오에루’(背負える, 짐을 진다)라는 말이 무게를 쌓아가다가 끝내 ‘이제 그 짐을 내려놓아도 좋다’로 닫는다. 그는 세월호 다큐멘터리를 제때 보지 못하고, 여섯 해가 지나서야 재생 버튼을 눌렀던 경험을 시에 담았다.
나는 ‘세월호가 침몰하던 순간 당신들이 체험한 1초를 상상하는 데 나는 11년이 걸렸다’는 문장 앞에서 멈췄다. 애도의 시간은 언제나 어긋나 있다. 누군가는 곧장 울지만, 누군가는 뒤늦게 운다. 그 늦음은 죄가 아니다. 오히려 그 지연이야말로 우리가 이 아픔을 외면하지 않았다는 증거일 것이다.
오래전 ‘잊지 않겠다는 말은 오래 기억한다는 말’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이 문장은 지금도 유효한가. 내게 이 문장은 다짐이라기보다 부채에 가까웠다. 그러나 기억은 의지가 아니라 책임의 문제고, 책임은 시간이 흐른다고 가벼워지지 않는다. 그래서 애도는 완성되지 않는다. 낭독이 계속돼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경을 넘어온 시와 노래가 한자리에 모여 말한다. 잊지 않는다는 것은 오래 기억하는 일이 아니라, 끝내 가볍지 않을 짐을 오늘도 함께 지는 일이라고.
신미나 시인 겸 웹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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