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간 자신의 출연료 등을 횡령한 혐의로 친형을 고소한 방송인 박수홍(52)이 검찰 조사를 받으러 갔다가 부친에게 폭행당한 가운데 부친이 “인사를 안 해서 그랬다”고 폭행 이유를 밝혔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수홍은 이날 오전 10시쯤 서울서부지검에서 예정된 대질조사에 출석했다가 아버지로부터 정강이를 걷어차이는 등 폭행을 당했다. 이 자리에는 피의자인 형과 형수,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한 아버지 등 3명이 함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버지는 아들 박수홍을 폭행한 이유에 대해 ‘가족에게 인사도 하지 않아서 화가 났다’는 취지로 밝혔다. 그는 “1년반 만에 봤으면 인사라도 해야 할 거 아닙니까. 자식인데 인사를 안 하는 거야. 그래서 내가 정강이를 찼어요”라고 SBS에 말했다.
박수홍의 법적대리인인 법무법인 에스 노종언 변호사에 따르면 대질조사차 서부지검에서 만난 박수홍의 아버지는 박수홍의 정강이를 발로 차며 “흉기로 배를 XX버린다” 등의 폭언을 했다. 이에 박수홍은 “어떻게 평생 가족들 먹여 살린 나에게 이렇게까지 하실 수 있냐”고 절규하다 과호흡이 와 병원으로 이송됐다.
노 변호사는 “아버님이 1년여 전에도 망치를 들고 협박한 일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 조사를 오면서도 검찰 수사관에게 혹시 모를 폭력 사태에 대한 신변보호 요청을 한 상태였다”면서 “박수홍씨가 방검복까지 착용할 정도로 심하게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실제로 ‘흉기로 XX겠다’는 발언까지 들어서 충격이 정말 크다. 너무나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고 SBS에 말했다.
노 변호사는 또 “박수홍 아버님이 오후에도 전혀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면서 “아버님이 이 자리에서 ‘흉기가 없어 아쉽다. 흉기가 있었다면 진짜 찔렀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머니투데이에 전했다.
노 변호사에 따르면 현재 박수홍의 아버지는 박수홍 형인 큰아들의 죄를 대신 뒤집어쓰려 하고 있다. 80살 넘은 아버지가 인터넷 OTP와 공인인증서를 활용해 법인과 개인통장의 관리를 다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버지의 경우 ‘친족상도례 대상’이어서 처벌받지 않는다. 친족상도례는 4촌 이내 인척, 배우자 간 일어난 절도·사기죄 등 재산범죄 형을 면제하는 특례조항이다.
박수홍의 친형은 지난 10년 동안 116억원에 달하는 박수홍의 출연료 등을 횡령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달 21일 서울서부지검 조사과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박수홍의 친형을 구속 송치했다. 검찰은 정확한 횡령액과 다른 가족의 공모 여부 등 사실관계를 추가 확인한 뒤 이번 주 안에 수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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