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전 대전 국민은행 권총 강도살인 피의자 이승만(52)이 범행을 자백했다. 지금까지 범행을 부인해왔지만 돌연 말을 바꿔 “범행을 주도했고, 총을 쐈다”고 경찰에 진출했다.
대전경찰청은 1일 브리핑에서 “이승만이 지난 31일 오후부터 심경 변화를 일으켜 자신의 범행을 자백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행동 유형을 분석하는 수사 기법을 활용했다. 사건의 공범이자 고교 동창인 이정학(51)이 범행 대부분을 시인한 사실을 알게 된 이승만은 자백을 시작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피의자들의 진술을 종합하면, 이승만은 먼저 은행 강도를 하기로 결정하고 이정학에게 범행을 제안했다. 이들은 2001년 10월 15일 0시쯤 총기를 확보할 목적으로 대전 대덕구 송촌동에서 도보 순찰 중이던 경찰관을 차로 들이받았다. 당시 운전자는 이승만이었다. 이정학은 쓰러진 경찰관의 38구경 권총을 강탈했다.
이들은 두 달을 기다리는 과정에서 경기도 수원에서 그랜저 승용차도 훔쳤다. 이 차량을 이용해 같은 해 12월 21일 오전 10시쯤 대전 서구 둔산동 국민은행 지하 주차장에서 권총 강도를 자행했다. 이승만이 훔친 그랜저 승용차를 운전해 현금수송차량을 가로막고 권총을 쐈고, 이정학은 3억원이 담긴 돈가방을 탈취해 차에 실었다.
이승만이 범행 지점에서 300ｍ가량 떨어진 상가 건물로 이동해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미리 주차한 흰색 승용차가 있었다. 흰색 승용차로 옮겨 탄 이들은 서구 갈마동으로 달아났다. 이어 차량을 갈마동에 버리고, 그곳에 미리 세워둔 이승만의 차량으로 돈가방을 옮겼다.
여기까지는 피의자들의 진술이 일치했다. 경찰은 이후 도주 경로에 대한 이들의 진술이 엇갈려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정학은 돈가방을 두고 택시에 탑승해 대전역으로 이동한 뒤 경상도 쪽으로 달아났다고 진술한 반면, 이승만의 기억은 다소 달랐다. 이승만은 자신의 차량을 몰고 대전 동구 야산으로 이동해 돈가방과 함께 권총을 숨겨둔 뒤 나중에 총기만 분해해 버렸다고 진술했다. 훔친 돈을 나눈 액수를 놓고서도 진술이 엇갈렸다.
이승만은 “불법 복제 테이프 도매업을 하던 중 2차례 단속을 당해 사회에 불만이 생겼다”고 범행 동기를 설명했다. 범행 당시 상황에 대해서는 “정신없이 총을 쐈다. 은행 직원이 숨진 것은 나중에 뉴스를 보고 알았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 사건을 오는 2일 검찰에 송치한다. 이들의 호송 과정은 언론에 공개된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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