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의원 선거 지원 유세 중 총격을 당해 사망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장례식이 12일 도쿄의 한 사찰에서 가족장으로 치러졌다. 일반 시민의 조문은 허용되지 않았지만 많은 이들이 사찰 주변과 자민당 당사 곳곳을 찾아 애도를 표하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아베 전 총리의 장례식은 이날 도쿄 미나토구에 있는 오래된 절 조죠지에서 진행됐다. 부인 아베 아키에 여사가 상주를 맡아 가족장으로 치렀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를 비롯해 모테기 도시미쓰 자민당 간사장, 아베 전 총리가 수장이었던 자민당 최대 파벌 ‘세이와카이’의 간부 등이 참석했다.
아베 전 총리와 함께 경제 정책 ‘아베노믹스’를 이끈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 은행 총재도 장례식장을 찾았다. 이 외에 아베 전 총리의 정치적 ‘맹우’로 불린 아소 다로 자민당 부총재, 정치적 라이벌로 평가됐던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도 조죠지를 찾아 향을 피웠다.
장례식장 인근에 일반인을 위한 분향소가 마련됐다. 분향 시작을 1시간 앞둔 오전 8시부터 100여명의 시민이 줄을 서 대기했고, 많은 이들이 아베 전 총리의 영정 앞에 헌화하면서 그를 추모했다. 분향소 현장에는 수백 명의 경찰이 동원돼 삼엄한 경비를 펼쳤다.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은 이날 오전 정례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 259개 국가·지역 등에서 1700건 이상의 조의 메시지가 쇄도했다”며 “아베 전 총리가 외교에서 남긴 큰 족적을 다시금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장례식은 오후 1시쯤 시작돼 약 2시간 반 동안 진행됐다. 이후 아베 전 총리의 운구차는 그가 30년 정치 활동을 해온 국회와 총리관저, 자민당 본부 등을 순회하기 위해 떠났다. 순회를 마치면 시나가와구의 화장장으로 향할 예정이다.
가족장에 앞서 전날 오후 6시부터 장례식을 앞두고 유족을 위로하며 함께 밤을 새우는 ‘쓰야’가 열리기도 했다. 쓰야에는 정·재계와 외국 인사, 일반 시민 등 2500명이 다녀갔다고 NHK가 전했다. 외국 인사 중에는 미·일 재무장관 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한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과 라이칭더 대만 부총통 등이 조문했다.
전통적인 장례 절차는 끝났지만 올가을쯤 별도의 추도식이 열릴 예정이다. 일본 정부와 자민당이 합동으로 주최하는 아베 전 총리 추도식은 추후 관례에 따라 기시다 총리가 장의위원장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일본 내 주요 인사는 물론 외국 정부 조문단도 대거 찾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정진석 국회부의장, 중진 의원들로 구성된 대통령 특사 성격의 조문 사절단을 일본에 파견할 방침이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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