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를 만나 “과도한 임금 인상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물가 상승이 심화하는 가운데 경제 수장이 기업인들에게 임금을 많이 올려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전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추 부총리는 이날 서울 마포구 경총 회의실에서 경총 회장단과 가진 조찬 간담회에서 “소위 ‘잘나가는’, 여력이 있는, 큰 상위 기업을 중심으로 성과 보상 또는 인재 확보라는 명분으로 경쟁적으로 높은 임금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 같은 경향이 여타 산업·기업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는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면서 “이는 고물가 상황을 심화시킬 뿐만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를 더욱 확대해 중소기업, 근로취약계층의 상대적 박탈감도 키운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결국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킬 우려가 있다”고도 했다.
최근 일부 대기업이나 정보기술(IT) 기업 등을 중심으로 임금 인상 경쟁 등이 심화되는 경향이 고물가를 심화시키고, 무엇보다 중소기업 등과의 임금 격차를 키워 갈등 요소가 된다는 취지다.
추 부총리는 “대기업의 생산성을 초과하는 지나친 임금 인상은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확대하고 기업 현장 곳곳에서 일자리 미스매치(불일치)를 심화시킬 것”이라며 “기업은 이런 고임금·고비용 구조 아래에서 경쟁력을 계속 유지하기도 쉽지 않다”고 언급했다.
그는 “임금은 기본적으로 노사 간 자율적으로 결정할 부분”이라면서도 “다만 최근 우리 경제의 어려움을 감안해 경영계에서는 과도한 임금 인상을 자제해주고, 생산성 향상 범위 내 적정 수준으로 임금 인상이 됐으면 한다”고 다시금 당부했다.
그러면서 “각종 비용 상승 요인은 가급적 투자 확대 등을 통한 생산성 향상으로 흡수하는 방향으로 노력해주면 감사하겠다”고 강조했다.
추 부총리는 이날 간담회에서 높은 물가 상황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거듭 전했다.
그는 “경제 상황이 굉장히 좋지 않다. 고물가 속에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경종의 목소리가 많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 최근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물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물가 상승 분위기에 편승해 경쟁적으로 가격·임금을 올리기 시작하면 물가·임금의 연쇄 상승이라는 악순환을 초래해 경제·사회 전체의 어려움으로 돌아오고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가급적 기업에서 생산성 향상과 원가 절감 노력 등을 통해 가격 상승 요인을 최대한 자체 흡수해주기를 각별히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이에 “올해 4월 고임금 대기업의 임금 인상을 자제하고, 그 재원으로 중소협력사와 취약계층의 근로환경을 개선하고 청년고용을 확대해줄 것을 회원사에 권고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임금 근로자들의 임금이 지나치게 올라 대·중소기업 간 격차를 심화시키고 물가 인상을 가속하는 것에 대해서는 기업들도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는 만큼 이러한 부분을 해결하는 데 적극 노력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추 부총리에게 체감할 수 있는 강력한 규제개혁과 파견근로 허용 제한 해제 및 계약직의 계약기간 4년으로 확대 등 노동개혁,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를 비롯한 세제개편 등을 정부에 건의했다.
특히 세제개편과 관련, “7월 초 개선 건의 과제를 제출할 예정”이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검토를 요청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손 회장과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 SV위원장, 정상빈 현대자동차 부사장, 하범종 ㈜LG 사장, 송용덕 롯데지주 부회장 등 경총 회장단 27명이 참석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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