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첫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국민의힘 의원 100여명과 정부 부처 장관들, 대통령실 인사들과 함께 참석한다. 보수 정당 출신 대통령이 당정과 참모들을 대거 이끌고 5·18 기념식에 참석하는 것은 처음이다. ‘국민 통합’ 행보를 위해 사실상 총동원령을 내린 셈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7일 기자들과 만나 “국회와 정부, 대통령실에서 많은 분들이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다는 것 자체가 최고의 통합 행보이고 (통합) 메시지”라며 “국민 통합을 향한 새로운 정치의 큰 획이 시작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념식에 100분이 넘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참석한다”며 “대통령실에서도 적극 참여하고, 부처에서도 장관들이 모두 임명은 되지 않았지만 상당한 숫자가 간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참모진과의 회의에서 대통령실뿐 아니라 정부·여당 인사들이 대거 기념식에 참석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17일 오후 광주로 내려가 5·18 유관 단체들과 간담회 겸 만찬을 갖고 5·18 전야제도 참석할 예정이다. 이것도 현장 의견을 청취하라는 윤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윤 대통령은 18일 오전 KTX 특별열차를 타고 광주로 향할 예정이다. 대통령 전용칸이 마련돼 있는 열차다. 국민의힘 의원들과 장관, 대통령실 참모들도 이 열차에 동승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은 헬기로 이동하는 것이 상례인데, 국회에 (같이 가자고) 참석 요청을 했으니 헬기로 이동할 수는 없게 됐다”며 “열차에서 조찬을 같이하며 자연스럽게 의원들과 대화하는 기회가 마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기념식이 열리는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방문해 참배에 앞서 대기소에서 5·18 유족 단체들과 티타임을 가질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11월과 올해 2월에는 ‘전두환 옹호’ 발언을 이유로 참배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에게 가로막혀 추모탑에 접근조차 하지 못했다.
윤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5·18민주화운동 정신(5월 정신)은 인류 보편의 자유민주주의 정신이라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자유와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당당하게 누릴 수 있는 나라가 돼야 한다는 점도 기념사에서 강조될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월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았을 때 “5월 정신은 피로써 민주주의를 지킨 자유민주주의와 국민 통합의 정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헌법 전문에 5월 정신 계승을 추가해야 한다는 내용도 기념사에 언급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5·18 유관 단체들의 숙원 사업이며, 윤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부터 약속해 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호남 지역 발전에 대해서도 기념사에 언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기념식에선 마지막 순서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이 이뤄진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이명박정부 첫해인 2008년까지 5·18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함께 부르는 ‘제창’ 형식이었다가 이듬해부터 합창단이 부르고 참석자들은 자율로 따라 부르는 ‘합창’ 형식으로 바뀌었다. 이후 문재인정부에서 다시 제창으로 변경되면서 ‘보수 정권은 합창, 진보 정권은 제창’이라는 인식이 형성됐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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