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고문으로 근무한 지난 4년여 동안 18억원이 넘는 보수를 받은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은 성명을 내고 고위공직자의 이해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직자윤리법’은 공직자와 퇴직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의무를 명시하고 있고, ‘LH사태’를 계기로 지난해 제정된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은 오는 5월 19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관 등의 인사청문회 때마다 후보자가 공직과 대형로펌을 오가면서 발생하는 이해충돌 문제가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다.
이에 기윤실은 정부에 이해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몇 가지를 제안했다. 우선 ‘공직자윤리법’에 의한 취업승인이 가능한 특별한 사유를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직자윤리법에 의하면 고위 공직자는 퇴직일부터 3년간은 일정규모 이상의 사기업체 등 취업심사대상기관으로서 밀접한 업무관련성이 있는 기관에 취업하는 것이 금지된다. 연간 외형거래액이 100억 원 이상인 로펌은 취업심사대상기관이다.
다만, 업무관련성이 있더라도 취업을 해야 할 특별한 사유가 인정돼 공직자윤리위원회로부터 취업승인을 받으면 취업이 가능하다. 그런데 취업승인을 할 수 있는 특별한 사유가 9가지나 되고, 특히 ‘국가의 대외경쟁력 강화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취업이 필요한 경우’, ‘전문지식 등을 통하여 전문성이 증명되는 경우로서 취업 후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적은 경우’ 등과 같이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사유도 존재한다.
기윤실 관계자는 “퇴직공직자의 퇴직 전 업무와 대형로펌 사이에 업무관련성이 있더라도 취업 후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적은 경우라고 인정되면 취업승인이 가능해지는 것”이라면서 “대형로펌의 광범위한 업무분야를 감안할 때 고위 퇴직공직자가 대형로펌에 취업한 후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적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윤실은 변호사가 아닌 퇴직공무원이 로펌에 취업한 경우 로펌에서 수행한 업무에 대한 상세한 자료를 지방변호사회 등에 제출하도록 해야 하고, 해당 자료가 인사청문회 때 국회에 제공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호사법에 의하면 법관, 검사 등의 공직에서 퇴직한 변호사는 퇴직일부터 2년 동안 수임한 사건에 관한 수임 자료와 처리 결과를 지방변호사회에 제출해야 하고, 지방변호사회는 그 자료를 법조윤리협의회에 제출해야 한다. 법조윤리협의회는 국회가 인사청문회법에 따른 인사청문회를 위해 요구할 경우에는 공직퇴임변호사의 사건 수임관련자료 중 수임일자, 사건명, 관할기관, 처리결과 등을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그런데 변호사 아닌 고위직 퇴직공직자가 로펌에 취업한 경우에도 지방변호사회에 업무내역서를 제출해야 하고 지방변호사회는 해당 자료를 법조윤리협의회에 제출해야 하지만, 제출대상인 업무내역서의 내용이 공직퇴임변호사에 비해 간단하다. 또한 해당 자료는 국회가 인사청문회를 위해 법조윤리협의회에 요구할 수 있는 자료에 포함돼 있지 않다. 기윤실 관계자는 “많은 국민들이 청문회에 나온 후보자가 공직 퇴직 후 대형로펌에서 비법률가로서 무슨 일을 했는지 매우 궁금해 하지만, 막상 해당 자료는 인사청문회에 제공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기윤실은 올해 5월 시행 예정인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에도 대형로펌에서 일하다가 공직에 임용된 고위공직자는 대형로펌에서 수행한 업무의 내역을 상세히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에 의하면 고위공직자는 임용 전 3년 이내에 민간 부문에서 업무 활동을 한 경우 그 활동 내역을 소속 기관장에게 제출해야 하지만, 제출해야 하는 업무 활동 내역이 매우 간단하게 규정돼 있다. 법인, 단체 등에 재직한 경우에는 법인, 단체 등의 명칭, 근무기간, 직위, 담당업무 등을, 고문, 자문 등을 한 경우에는 기관명, 활동기간, 담당업무 등을 적기만 하면 된다. 업무활동내역의 공개마저도 소속 기관장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기윤실 관계자는 “대형로펌의 막대한 영향력을 감안할 때 대형로펌에서 일하다가 공직에 진출한 고위공직자는 대형로펌에서 수행한 업무 내역을 구체적으로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소속 기관장은 해당 업무 내역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최경식 kscho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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