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8일(현지시간) 화상 통화로 만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에 대한 현안을 논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이 러시아를 지원할 경우 미국은 물론 전세계적인 반발에 부딪칠 것이라고 경고했고, 시 주석은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러시아와 대화를 통해 평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두 정상은 이날 미국 동부시간 기준으로 오전 9시3분부터 10시53분까지 1시간50분 간 화상 통화했다. 두 정상은 현 상황에 대한 원칙적 우려를 확인했을 뿐, 전쟁의 조기 종식과 평화정착을 위한 방안을 구체적으로 합의하는 데까지 나아가지 못했다.
백악관은 두 정상간 통화가 끝난 뒤 보도자료를 내고 “(이날) 대화는 러시아의 정당하지 못한 침공에 초점이 맞춰졌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위기에 대한 미국과 동맹의 입장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잔인한 공격을 자행하는 가운데 중국이 러시아에 대한 물질적 지원을 제공할 경우 그것이 의미하는 것과 향후 초래할 결과에 관해 설명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미 고위 당국자는 별도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에 특정한 요구를 하지는 않았지만, 현 상황에 대한 입장을 전달했다. 중국이 스스로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본다”며 “중국이 러시아를 지원할 경우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 차원의 후과에 직면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날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위기의 배후에 있는 문제를 해결하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쌍방의 안보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과 미국이 주도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도 러시아와 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중앙TV(CCTV)가 보도했다.
시 주석은 “각측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대화와 담판을 해서 결과를 내고 평화를 이끌어내는 것을 지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러시아에 대한 미국과 서방의 전례 없는 제재 조치에 대해서는 우회적으로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 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방위적이고 무차별적인 제재로 고통받는 것은 역시 인민들”이라며 “더 심해지면 글로벌 무역·금융·에너지·식량·산업망·공급망 등에 심각한 위기가 발생해 가뜩이나 어려운 세계 경제에 설상가상이 되고,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시 주석은 “국가 관계는 전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지경으로 가서는 안 되며, 국가 간의 대항은 누구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평화와 안보는 국제사회가 가장 중시해야 할 재산”이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간접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이날 두 정상은 대만 문제를 놓고도 신경전을 벌였다. 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미국 일부 인사들이 대만 독립 세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며 “대만 문제가 잘못 처리되면 중미 관계에 파괴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먼저 포문을 열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에 대한 미국 정책은 변함없다고 밝혔다고 한다. CCTV는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은 중국과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협력을 강화하고 ‘하나의 중국’ 정책을 견지하려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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