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억만장자들이 보유한 자산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리 돈 100조원 가까이 증발한 것으로 파악됐다.
CNBC 방송은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억만장자지수를 인용, 이번 침공에 따른 경제적 혼란으로 최근 몇 주 동안 러시아 최상위 부자 20명이 총자산의 3분의 1에 가까운 800억 달러(약 96조6000억원)를 날렸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전 세계를 누비던 러시아 부자들의 시대가 빠르게 저물고 있다고 CNBC는 평가했다.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서방의 고강도 경제 제재와 자산 압류 조치, 루블화 폭락 등이 그 원인으로 풀이된다.
유럽연합(EU)의 제재 명단에 오른 러시아 재벌 알리셰르 우스마노프와 이고르 세친의 초호화 요트가 전날 독일과 프랑스에서 각각 압류된 것이 상징적인 사례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재산이 절반 이상 감소한 억만장자들도 있다. 볼가그룹을 이끄는 겐나디 팀첸코의 보유 자산은 220억 달러(약 26조6000억원)에서 110억 달러(약 13조3000억원)로 반 토막이 났다.
러시아 가스회사 노바텍의 레오니드 미켈슨 최고경영자(CEO)의 자산은 종전보다 105억 달러 급감한 220억 달러(약 26조6000억원)가 됐고, EU 제재 대상에 포함된 러시아의 광산 재벌 알렉세이 모르다쇼프의 재산도 56억 달러 줄어든 220억 달러(약 26조6000억원)가 됐다.
상대적으로 타격을 덜 받은 재벌들도 있다. 우스마노프는 최고급 요트를 빼앗기긴 했으나, 자산 감소 폭은 17억 달러(약 2조원)에 그쳤다. 현재 순자산은 195억 달러(약 23조5000억원) 규모다. 아직 제재 대상에 오르지 않은 블라디미르 포타닌의 현 자산은 250억 달러(약 30조2000억원)로, 감소 폭이 종전의 4분의 1도 안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러시아에 대한 세계 각국의 경제 제재가 계속 강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시련은 아직 시작 단계일 뿐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주요국들이 속속 올리가르히(러시아 신흥재벌)들의 자산을 압류 또는 동결하고 나섰고, 제재 여파로 루블화 가치가 추가 급락하면 이들의 자산이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압박 속에 러시아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인기 구단 첼시를 19년 만에 매각하기로 결정했으나 제값을 받긴 어려울 전망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아브라모비치는 최소 25억 달러(약 3조원) 이상의 금액을 원하지만, 매수 후보군으로 꼽히는 스위스 재벌 한스요르 비스는 “너무 비싸다”라는 입장을 보였다. 2019년 첼시 인수를 위해 29억 달러를 제안했던 미국의 투자자 토드 볼리 역시 이번에는 훨씬 적은 금액을 써낼 것으로 보인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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