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어린이 스포츠센터에서 20대 직원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센터 대표 A씨가 자수하기 약 7시간 전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다가 철수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겉으로 드러난 외상이 없다는 이유였다.
2일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신고 전화가 가장 처음 걸려온 건 지난달 31일 오전 2시10분쯤이었다. 20대 센터 직원 B씨가 시신으로 발견되기 약 7시간 전이다. 신고자는 A씨로 당시 “누나가 폭행을 당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경찰은 가정폭력을 의심하고 현장으로 출동했지만 A씨는 돌연 “신고 한 적 없다” “남자가 오긴 했지만 도망갔다”는 식으로 횡설수설하며 신고를 번복했다.
B씨는 경찰 출동 당시 바닥에 누워있었다. 경찰은 B씨 가슴에 손을 얹어 맥박을 확인하고 몸을 두드리며 상태를 살폈다. A씨는 “신고와는 상관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당시 경찰은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판단해 철수했다.
A씨는 오전 9시쯤 “B씨를 때렸는데 자고 일어나니 의식이 없다”며 경찰에 자수했다.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을 때는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 온몸에 멍이 들어 있었고 하의는 탈의한 상태였다. 머리 쪽에 심각하지 않은 좌상과 엉덩이 쪽에 외상이 있었다고 한다. A씨는 “음주운전을 말리다 벌어진 일”이라고 진술했다.
전날 경찰은 살인에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폭행에서 살인으로 혐의를 변경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사인에 대해 ‘플라스틱 막대기에 찔려 장기가 손상됐다’는 1차 소견을 내놨기 때문이다. 경찰은 A씨가 70㎝ 길이 막대로 B씨를 때리고 찌르며 수차례 폭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범행에 사용된 막대는 현장에서 발견됐다. 센터에서 줄넘기 등을 할 때 활용하던 어린이 교육용 도구였다.
경찰은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둘 사이 원한 관계는 밝혀지지 않았다. B씨가 센터에 입사하면서 인연을 맺었고 3년간 원만하게 지냈다고 한다. A씨는 범행 당시 술에 취해 있어 상황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한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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