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13일 “미국이 더 담대하게 자국의 (코로나19) 백신을 주겠다고 제안한다면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올 수 있는 모멘텀이 조성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박 원장은 이날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주최로 개최된 ‘2021 글로벌 인텔리전스서밋’ 축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박 원장은 “지금 북한은 코로나19 모든 것을 봉쇄하고 있다”면서 “대화는 물론 만나는 것 자체가 어렵고, 국경을 완전히 막아 개미 한 마리도 들고 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백신 공급 국제 프로젝트 코백스(COVAX)는 북한에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배정했으나 북한이 이를 거부해 백신 접종계획이 전무한 상황이다.
박 원장은 이를 거론하면서 “북한도 언제까지 문을 닫고 있을 수만은 없다”면서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현 상황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안보전략연구원은 북한이 코백스 측에 AZ 외에 다른 백신 지원 가능성을 타진했으며, 중국산 백신 도입은 주저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 원장은 또 미국이 북한의 민생분야 대북제재 해제와 관련해 관심을 보여주는 것도 북·미 대화 재개의 발판이 될 수 있다며 이를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그는 “지금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자신은 지난 4년 동안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중단 등 핵 모라토리움을 실천해 왔는데 미국으로부터 받은 것이 무엇이냐’는 불만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원장은 그러면서 “북한이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당시 영변 폐기의 반대급부로 요구했던 민생분야 제재 해제, 즉 정제유 수입, 석탄 광물질 수출, 생필품 수입에 대해 미국이 어떤 식으로든 관심을 표명하는 것도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화 재개의 실마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원장은 북한을 향해서도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그는 “북한은 한·미가 검토 중인 종전선언을 비롯해 상호 주요 관심사를 논의해야 한다”며 “적대시 정책과 이중기준 철회 문제도 주요 관심사에 포함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원장의 발언은 미국이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 북한에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미국은 그러나 최근 인권 문제를 이유로 새로운 대북제재를 가하며 북한을 더 강하게 압박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이종주 통일부 대변인은 미국의 새로운 대북제재와 관련해 “미국 정부가 자국법에 근거해 취한 조치에 대해선 직접 논평할 사안은 없다”면서도 “한반도 평화 정착과 남북관계 발전, 북한 인권 증진을 균형적으로 진전시키는 방향에서 미국 등 국제사회와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종전선언 논의와 관련해선 “2007년 10·4선언, 2018년 판문점선언 등에서 남북 정상이 종전선언 추진에 합의했고, 지난 9월 김 위원장,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등이 종전선언에 관심을 표명하기도 했다”며 “종전선언의 필요성과 유용성에 대한 공감대가 있는 만큼 조속히 유관국 간 대화를 시작해 북한이 주장하는 선결조건 등 입장 차이를 해소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
▶박지원 “美 담대한 백신 지원, 北 대화의 장 나올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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