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헝가리를 국빈 방문 중인 김정숙 여사는 3일(현지시간) 헝가리 국가기록원을 방문해 300년 전 조선 영토와 함께 ‘소(小)동해’가 표기된 유럽의 고지도를 전달받고 “정말로 희귀한 건데 주셔서 고맙다”고 감사를 표했다.
헝가리 국가기록원은 1756년 설립된 유럽 최초의 기록보존소다. 총연장 3000㎞에 달하는 방대한 문서가 보존·관리되고 있다. 17세기 이후 우리나라 관련 기록도 다수 소장하고 있다.
김 여사가 전달 받은 고지도는 1730년 독일에서 제작된 것으로, 한반도 동쪽 바다를 소동해로 표기하고 있다. 지도는 조선의 국호를 ‘CAOLI KUO, COREA, CHAO SIEN’으로 표기하고 있었다. 18세기 유럽에서도 한반도 동쪽 바다가 ‘동해’로 인식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처버 사보 헝가리 국가기록원장으로부터 소장 중이던 고지도를 전달받은 김 여사는 “감사합니다. 아, 여기에 한국이 있네요”라고 말했다.
김 여사는 헝가리 신부 ‘버이 삐떼르’가 조선에서 선교활동을 하며 적은 일기(1902년)와 저서(1918년) 일부를 낭독하기도 했다. 버이 삐떼르 신부는 1902년 고종 황제를 알현한 최초의 헝가리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조선에 대해 일본의 영향력이 커지는 현실을 우려하는 글을 붓글씨로 필사했다.
김 여사는 “오래전에 언급했듯이 파리 베를리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아시아로 출발하는 급행열차들이 모두 부산으로 향합니다. 오늘날 부산은 실제로 페르미누스, 즉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머나먼 여정의 종착지입니다”라는 대목을 낭독했다. 이어 “이 민족과 국가에게 미래에 중요한 역할이 기다리고 있음을 나는 항상 확신하고 있었습니다”라는 대목을 낭독하자 좌중에서 박수가 터졌다.
낭독을 끝낸 김 여사는 “우리는 방금, 100년 전 헝가리 신부가 조선에 대해 기록한 감동적인 글을 읽었다. 마치 100년 후의 한국 국민들께 보내는 편지 같은 글”이라며 “그 어떤 무력과 가혹함에도 결코 무너지지 않고 더욱 강하게 저항하는 조선인들의 고귀한 자존심이 그의 글 속에 기록됐다”고 말했다.
이어 “분단 이후 단절된 남과 북의 철도를 연결하고 한국과 러시아, 유럽을 잇고자 하는 오늘 대한민국의 구상을 완벽하게 예견하고 있다”며 “가장 암울했던 시기의 조선에서 버이 삐떼르 신부가 내다 본 조선의 미래는 현실이 됐다. 대한민국 국민은 굴곡의 역사 속에서 꿈을 현실로 바꿔냈다”고 강조했다.
김 여사는 “헝가리 국가기록원이 소장한 총연장 3000㎞의 기록 속에서 한국의 과거와 오늘을 잇는 기록을 찾아내준 한국과 헝가리 양국 국가기록원의 연구자분들께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헝가리 국가기록원에 조선왕조실록 중 세종장헌대왕실록의 복제본을 답례로 선물했다. 전통방식으로 복제된 이 책은 능화문(책 표지를 장식하는 마름모꼴의 전통 문양)을 재현했다.
부다페스트=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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