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대선 출마 선언 내용을 두고 당내 다른 대선 후보들이 “준비 부족을 드러냈다”며 혹평했다. 야권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항마로 부상하고 있는 최 전 원장에 대한 견제구 성격이 짙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5일 “최 전 원장의 어제(4일) 출마선언 장면을 봤다.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고 했다. 원 지사는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찾아 대선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가장 기본적인 대한민국 일들에 대해 스스로 대답할 준비조차 안 돼 있다고 하는 것을 보면 과연 대통령이라는 자리를 어떻게 생각하고 출마를 한 것인지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또 “대선 후보는 출마한 다음에 공부하거나 경험하는 자리가 아니다. 이미 살아온 인생과 국가 리더로서의 공적인 준비와 역량으로 증명하는 자리”라며 “증명할 준비가 안 돼 있다면 공부부터 하고, 경험부터 쌓고 난 이후 도전하시라”고 각을 세웠다.
최 전 원장은 지난 4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대선 출마 선언식에서 외교·경제 분야 관련 일부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을 드릴만큼 충분한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 “더 공부 하겠다” “아직 부족하다” 등으로 답하며 준비 부족을 인정했다.
하태경 의원도 이날 국회에서 ‘노동시장 개혁’ 공약을 발표한 뒤 최 전 원장 출마 선언에 대한 평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좀 부족한 것 같다”고 촌평했다. 이어 “감사원장 자리를 뿌리친 뒤 아주 신속히 국민의힘에 입당하고 굉장히 적극적인 정치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왜 이렇게까지 강하게 정치를 해야 하는지, 반드시 자기여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은 약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하 의원은 “너무 서둘러 정치권으로 들어온 게 아닌가, 서둘러 출마 선언을 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며 “출마 선언을 할 때 준비 안 된 후보라는 점을 너무 쉽게 드러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최 전 원장은 라디오에 출연해 “(출마 선언식 때) 준비한 답변을 외워서 말해도 된다는 조언이 있었지만, 잘 모르는 부분은 모른다고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 그렇게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각 분야의 실력 있는 전문가를 써서 그분들과 함께 일하면 (부족한 부분은) 언제든지 보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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