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에 머물던 야권 잠룡들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잠재적 야권 후보’로 주목받던 최재형 감사원장은 18일 “(대선 출마와 관련해) 조만간 생각을 정리해서 밝히겠다”며 처음으로 입장을 내놓았다. 최 원장의 발언은 대선 출마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오는 27일 출마를 선언하고 대선 레이스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전망이다.
최 원장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선 출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감사원장이 대선 출마한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데 적절한 이야기인가“라고 묻자, 최 원장은 “최근 저의 거취, 또는 제가 다른 역할을 해야 하지 않느냐는 부분에 대해 언론이나 정치권에서 소문과 억측이 많은 것으로 안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생각을 조만간 정리해서 말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때로는 우리 감사원 직원들조차도 그런 것 때문에 조금 난처한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최 원장이 대선 출마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여지를 둔 답변 자체가 사실상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최 원장은 대선 출마와 관련해 극도로 말을 아껴왔다.
최 원장과 가까운 한 법조계 인사는 “말 그대로 조만간 뭔가를 얘기할 것이기에 일단은 기다려봐야 한다”면서도 “가장 가까운 답을 고른다면 ‘대선 출마’가 아니겠냐”고 말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도 “대선 출마 결심은 내렸고, 공개 시점만 남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최 원장이 내년 1월 1일까지인 임기를 채우지 않고 이르면 다음 달 물러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 대표가 다시 “정치적 중립 훼손 이야기가 나온다. 검찰총장이나 감사원장이 직무 마치자마자 선거에 출마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라고 비판하자, 최 원장은 “그 부분에 대해서는 다양한 판단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거듭 출마 가능성을 암시했다.
최 원장은 월성원전 1호기 조기폐쇄 및 경제성 조작 의혹 감사 등을 통해 문재인정부와 각을 세워왔고, 파괴력 있는 잠재적 야권 대선 후보로 평가받아왔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윤 전 총장 외에 유력 주자가 없는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카드로 최 원장을 주목하고 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최 원장은 의외의 반전으로 극적 드라마를 찍을 수 있는 경쟁력을 갖췄다”며 “우리 당 입장에서 대선 후보는 많을수록 유리하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대권 도전 선언 시기를 오는 27일 이후로 계획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국민의힘 입당에 대해서는 “경거망동하지 않고 태산처럼 신중하게 행동하겠다”며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윤 전 총장 측 이동훈 대변인은 이날 KBS라디오에 출연해 “(대권 선언) 날짜를 27일로 보고 있다”며 “일단 지금의 대한민국에 대해 진단하고 국민에게 내가 왜 정치를 하는지,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국민의힘 합류에 대해서는 혼란스러운 모습도 보였다. 이 대변인은 이날 오전 KBS라디오에서는 “국민의힘이 보수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윤 전 총장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이후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국민의힘) 입당 여부는 ‘민심투어’ 이후 판단할 문제”라고 정정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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