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가상화폐는 투자가 아닌 투기”라고 경고해 온 정부가 가상화폐 관련 펀드에 최근 4년간 수백억원 규모로 투자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4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각 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343억원), KDB산업은행(117억7000만원), 국민연금공단(34억6600만원), 우정사업본부(4억9000만원), 기업은행(1억8900만원)은 2017년부터 올해 3월까지 가상화폐 관련 투자상품에 총 502억1500만원을 투자했다.
모두 직접투자가 아닌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 형태였지만, 해당 펀드들은 업비트, 빗썸 등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에 직접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액이 가장 많은 중기부는 2017년 가상화폐 시장이 과열되기 시작할 때 193억원을 투자한 이후 2018년 정부가 ‘도박·불법’이라고 규정하자 투자액을 28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그러나 2019년 또다시 92억원, 2020년 6억원, 올해 1~3월엔 24억원을 투자했다. 산업은행 역시 2017년 42억8000만원, 2018년 39억9000만원, 2019년 35억원으로 꾸준히 가상화폐 관련 펀드에 투자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최근까지도 가상화폐 투자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취해 왔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2일 국회에서 “(가상화폐는) 인정할 수 있는 화폐가 아니고 가격이 너무 급변동해 위험하다”며 “사람들이 많이 투자한다고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들이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연구원장을 지낸 윤 의원은 “가상화폐가 ‘도박’이라면 공공기관의 거래소에 대한 투자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며 “정부가 가상화폐에 대한 인식을 바꾸지 않는 이상 이 같은 모순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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