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을 받게 해주겠다는 명목으로 어민 등으로부터 3000만원 상당의 수산물을 뇌물로 받은 간부급 공무원이 해경에 붙잡혔다. 해당 공무원은 수산물 일부를 횟집에서 현금으로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해양경찰청 형사과에 따르면 인천시 소속 간부급 공무원인 50대 A씨는 뇌물수수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해경청은 또 청탁과 함께 각종 수산물을 A씨에게 건넨 어민 등 23명도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조사에 따르면 A씨는 2017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인천시청과 옹진군청에서 일하며 관할 섬 지역 어민, 수협 직원, 부하 공무원 등 총 23명으로부터 꽃게, 홍어, 전복 등 3000만원 상당의 수산물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해양수산 보조금을 받게 해 주겠다며 어민들에게 수산물을 받아 챙기고, 그 중 일부를 평소 자주 가던 횟집에 줘 현금으로 바꾸거나 지인들과의 회식비로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예산을 배정받도록 해 달라거나 건물 개·보수 보조금을 받게 해달라는 수협 직원들로부터 수산물을 받은 혐의도 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특정 수산물의 이름을 언급하며 노골적인 요구를 하거나 “요즘 00가 좋다더라”는 식으로 은연중에 수산물을 뇌물로 전달해줄 것을 흘리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경청 관계자는 “A씨가 뇌물로 받은 수산물을 횟집에 주고 현금으로 받은 액수는 200만∼300만 원에 달한다”며 한편 “회식을 하면서 맡긴 수산물로 회식 비용을 대신 처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수산물을 뇌물로 받아 챙긴 과정에서 A씨가 부하 직원들에게 배달 심부름을 시키는 등 이른바 ‘갑질’을 일삼은 정황도 확인됐다. A씨는 자신에게 수산물을 준 어민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보조금 사업을 담당하는 부하 직원에게 압력을 넣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어업지도선에 단속된 어선이 처벌을 받지 않도록 도와준 것으로 드러났다.
해경청 관계자는 “A씨는 어민들의 특성을 고려해 현금이 아닌 수산물을 (뇌물로) 받았다”며 “근무 평가 점수를 잘 받은 직원이 승진하자 100만 원 상당의 수산물을 주문한 뒤 비용을 대신 내게도 했다”고 말했다.
앞서 해경청은 지난해 10월 A씨의 뇌물수수 혐의를 포착하고 인천시 수산과와 옹진군 수산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당시 해경은 A씨의 혐의가 무거움을 고려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피의자가 혐의를 인정하고 있어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할 우려가 없다”며 기각했다.
노유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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