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태평양전쟁 중 일본계 미국인 강제 수용 사실에 대해 “부도덕하고 위헌적이었다”고 다시 한 번 사과했다.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태평양전쟁 당시 미국에서 일본계 주민을 강제 수용한 근거가 됐던 대통령령 서명 79주년을 맞아 이같은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고 21일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미국 역사에서 가장 부끄럽게 여겨야 할 한 시대에 일본계 미국인들은 조상이 일본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표적이 되고, 비인도적인 수용소에 감금당했다”면서 “일본계 미국인의 가족들은 미국 전역의 비인간적인 강제 수용소에 수 년간 갇히면서 집과 지역사회, 일터를 버려야 했다”고 밝혔다.
1941년 12월 일본이 미국 하와이 진주만을 공습하면서 태평양전쟁이 발발했다. 미국은 태평양전쟁 중이던 1942년 2월 19일 프랭클린 루스벨트 당시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을 근거로 일본계 미국인을 ‘적성외국인’으로 간주해 재판 등의 절차 없이 약 12만 명을 수년간 강제수용했다.
강제수용에 응하지 않고 도주했다가 체포됐던 일본계 미국인 프레드 고레마쓰는 미국시민자유연맹(ACLU)과 함께 법원에 제소했으나 대법원은 강제 수용 조치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전쟁이 끝난 뒤 고레마쓰 등 강제수용 피해자들은 명예 회복 운동을 벌였다. 마침내 1988년 로널드 레이건 당시 대통령은 ‘시민의 자유법’(강제수용보상법)을 만들어 강제수용 정책이 잘못된 것이라고 인정하고 공식 사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정책은 뿌리 깊은 인종차별, 외국인 혐오, 이민 배척으로 이어졌고 미국은 자유와 정의라는 건국 이념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시인하면서 “고통당한 분들에 대한 연방정부의 공식 사죄를 재확인한다”고 말했다.
또 “고레마쓰를 비롯해 이런 혐오스러운 정책에 맞서 일어섰던 많은 일본계 미국인의 용기를 되돌아본다”면서 “그들의 유산은 우리 모두에게 시민의 자유가 강력하게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을 상기시켜준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선 매년 ‘기억의 날’로 불리는 2월 19일을 맞아 워싱턴 DC의 스미소니언 박물관에서 기념행사가 열린다.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 행사로 진행됐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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