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탁(32)씨는 서울 성북구 ‘리첸카운티’ 관광호텔을 리모델링해 만든 청년 공유주택 안암생활의 입주 예정자다. 저술, 강연 등을 하는 권씨는 업무 특성상 서울을 중심으로 전국을 오가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한때는 서울 관악구에서 자취했지만 주거비 부담이 컸다. 권씨는 “월세 50만원에 관리비 5~6만원까지 한 달에 100만원 정도 나갔다”며 “직업이 프리랜서라 그때그때 돌아오는 월세의 압박이 심했고 귀양 가듯이 본가에 돌아갔다”고 말했다.
결국, 인천 집에서 1시간 30분을 투자해 서울을 오가던 권씨는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창작자들에게 공급한 안암생활에서 생활하게 됐다. 안암생활에는 권씨같은 창작자에게 제공되는 복층형 56가구와 일반형 66가구(장애인 2가구 포함)의 원룸형 주거공간이 제공된다. 주거비는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27~25만원으로 주변 시세의 45% 수준으로 저렴하다.
1일 방문한 안암생활 위치는 서울 주요 도심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곳에 자리 잡았다. 하지만 지하철 1호선 신설동역과 6호선 안암역, 우이신설 경전철 신설동역은 물론 각종 버스 노선까지 교통편이 편리해 실제 접근성은 더 높았다. 또 고려대와 성신여대, 한성대 등 대학가 인근이라 학생들의 주거 수요가 높은 지역이다. 실제로 LH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입주자 중에 대학생만 28%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 공간도 청년 1인 가구가 생활하기에 좋은 기숙사식 공간으로 꾸며졌다. 바닥난방과 개별 욕실, 빌트인 시설(침대, 에어컨 등)이 비교적 잘 갖춰져 있었다. 특히 공유 주방과 창작시설, 세탁실, 루프탑 라운지 등 청년세대를 겨냥한 커뮤니티 공간도 들어섰다. 권씨는 “불규칙한 패턴과 혼자 있다 보니까 외로운 부분도 있었다”며 “동떨어진 느낌도 많았는데 청년 많아서 모임 활성화할 수 있는 공간이라 좋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11·19부동산대책에서 전세난 극복 공급대책 중 하나로 호텔 공실 리모델링 계획을 밝혔다가 여론의 반발에 부닥쳤다. 호텔 리모델링 주택은 물량이 1000가구 정도로 적고 애초에 청년 1인 가구 대상으로 공급할 예정이었으므로 큰 문제가 없다고 항변했지만 소용없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현안질의에서 이러한 비판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안암생활을 언급했다.
이 때문에 안암생활이 호텔 리모델링 전월세 공급의 표본이 될 것인지와 앞으로의 계획이 관심사였다. 안암생활 공개 현장 관계자는 “사업설명회나 공모 통해 수요를 파악할 예정이다”며 “호텔뿐 아니고 다양한 업무시설도 포함되는데 사업설명회하고 규모를 받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안암생활 입주가 시작된 바로 다음 날에 공개한 탓에 입주민들도 생활하는 동안에 생길 수 있는 불편함을 알기 어려웠다.
관광호텔 객실로 쓰였던 호실은 13~17㎡로 1인 이상이 생활하기엔 좁은 감이 있었다. 취사도 공유주방에서만 가능했다. LH 관계자는 “현행법상 호텔을 공동주택으로 바꾸려면 기숙사나 다중주택으로 용도 변경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면서 “3∼4인가구의 전세 물량 공급에 대해서는 별도의 대책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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