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미국 증시에 2000년대 ‘닷컴 버블’이 소환됐다. 코로나 증시가 약 20년 전처럼 거품이 끼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그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올해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거래대금은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하며 미 증시의 버블 논란에 일조하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뉴욕 증시가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구글), 페이스북 등 5대 기술주에 쏠려있는 모습은 닷컴 버블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20여년 전 닷컴버블 당시 초기 인터넷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IT(정보기술) 기업이면 무조건 주가가 올랐던 현상을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현재 5대 기술주는 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의 전체 시가총액 가운데 25%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대형주와 중·소형주 종목 간 차이가 심해지고 있는 것도 닷컴버블과 비슷한 부분이라고 WSJ는 전했다. 구체적으로는 시가총액이 큰 종목의 움직임이 더 많이 반영되는 ‘S&P 500 시가총액가중지수’와 중·소형주의 반영 비율이 높은 ‘S&P 500 동일가중지수’간의 상관 지수가 올 초 93%에서 지난 21일(현지시간) 84.5%까지 떨어졌는데, 닷컴 버블 때도 해당 지수가 3개월 만에 96%에서 78%까지 급락한 적 있었다는 것이다.

미 자산운용사 인베스코도 최근 증시는 닷컴버블과 비트코인 열풍을 떠오르게 한다며 투자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이 회사의 글로벌시장 수석 연구원 크리스티나 후퍼는 24일 미 CNBC에 “투자자들이 닷컴버블 때처럼 지나치게 흥분하고 있다”며 “주식시장 강세에 대한 과도한 자신감은 그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닷컴버블 사태를 겪은 펀드 매니저 스콧 바비도 “최근 고평가된 일부 종목의 펀더멘털을 분석해보면 여전히 의문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도 “아직도 일부 투자자들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얼마나 심각한지 체감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증시에 상승장에서 나만 소외될 수 있다는 공포감이 분명 존재한다. 렌터카업체 허츠 같이 파산한 회사 주식에도 투자금이 몰리는 것을 보면 약간의 광기도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닷컴버블과 최근 증시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미 최대 은행 JP모건의 주식전략팀은 보고서에서 “닷컴버블과는 대조적으로 최근 상승 랠리는 강력한 실적이 뒷받침되고 있다”고 하며 기술주에 대한 ‘투자 비중 확대’를 권유했다.
이어 “IT 기업의 양호한 대차대조표와 현금흐름은 분명 2000년대와 다르다”고 설명했다. IT 기업은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을 상대적으로 덜 받았으며, 오히려 시장 점유율이 더 높아졌다고도 했다. 실제로 지난 2분기 애플의 매출액은 597억 달러(약 71조원)로 전년 대비 11% 증가했고, 아마존의 경우 매출액 889억 달러(약 105조8000억원)로 40% 이상 급등했다.

가치투자자로 유명한 고담에셋매니지먼트 대표 조엘 그린블랫도 “애플의 경우 이번 상승장의 특별한 혜택을 받은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성장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고, 실적도 양호하기 때문”이라고 CNBC에 설명했다. 반면 그는 미국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의 주가 급등에 대해선 “정말 어떻게 설명해야 될지 모르겠다. 일단 최근 주식시장의 투기 심리가 과열됐다는 증거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 증시가 연일 강세를 보이면서 미국 주식 ‘직구’ 열기도 뜨겁다. 2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초부터 21일(현지시간)까지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거래대금(매수액+매도액)은 893억3569만 달러(약 106조1664억원)으로 사상 처음 100조원을 넘겼다. 해외주식 순매수액 상위 종목 1~5위는 테슬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알파벳으로 모두 IT주나 성장주가 차지했다. 이 중 테슬라와 애플의 주가는 올해 들어 각각 380%, 73% 가량 급등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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