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일선 경찰서의 한 남성 간부가 인터넷 랜덤채팅방에서 동료 여성 경찰관들을 성적으로 비하하는 언어 성폭력을 저지르고 전화번호를 공개해 추가 성폭력 범죄를 유도하다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6단독 신진화 부장판사는 정보통신망법·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통신매체이용 음란) 위반 혐의로 기소된 서울 모 지구대 소속 경위 A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고 28일 밝혔다.
또 A씨에게 8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복지시설 3년간 취업제한을 함께 명령했다.
재판부는 “이른바 지인능욕의 노골적인 형태”라며 “자신의 쾌락을 추구하면서 피해자들의 인격을 짓밟았을 뿐 아니라 그 이후 무수한 다중에게 피해자들의 신상을 접하게 했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경찰 내부인사망으로 알아낸 후배 여성 경찰관들의 신상정보를 인터넷상에 유포하고 피해자들이 스스로 음란한 언행을 한 것처럼 꾸몄다.
랜덤채팅방 참여자들은 A씨가 공개한 휴대전화번호로 피해자들에게 성폭력적 메시지와 사진을 전송했다. 피해자들의 메신저 프로필 사진을 음란한 문구와 합성한 정황도 발견됐다. 이 같은 A씨의 범행은 지난해부터 9개월동안 계속됐다.
피해자들이 전화번호를 바꾸자 A씨는 바뀐 전화번호를 재유포해 피해는 계속됐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은 이름, 사진 등 이미 유포된 정보 때문에 언제 어디서 새로운 피해가 발생할지 불안해하고 있다”며 “주위의 모든 작은 일에도 예민해지고 자존감이 떨어지는 등 극심한 피해 감정을 호소하고 있다”고 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로스쿨에 재학 중이며, 향후 변호사 자격을 얻는 데 걸림돌이 될지 모른다는 이유로 본인과 가족, 지인들과 함께 피해자 및 주변인들을 집요하게 찾아다니며 합의를 요구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런 상황은) 명백한 2차 가해”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은 일관되게 피고인에 대한 엄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경찰청은 지난달 말 징계위원회를 열고 A씨를 경감에서 경위로 1계급 강등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형 판결이 확정될 경우 A씨는 당연퇴직된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