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셀허스트 파크에서 열린 토트넘 홋스퍼와 크리스털 팰리스의 2019-2020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최종 38라운드 경기. 이날도 열심히 그라운드를 누빈 손흥민은 후반 34분 교체돼 나오며 다소 고단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만큼 손흥민의 한 시즌은 다사다난했다. 각 팀 에이스 선수들도 달성하기 어려운 10골-10도움 고지에 오르는 활약을 보였지만, 팀 부진과 부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리그 중단과 해병대 입소로 누구보다 바쁜 한 시즌을 보내야 했다.
‘월드클래스’로 우뚝 선 손흥민
손흥민은 올 시즌 활약은 ‘월드클래스’ 반열에 올랐다고 평할 수 있을 정도다. 자신의 한 시즌 리그 최다 공격포인트(21개·11골 10도움)에 공식전 최다 공격포인트(30개·18골 12도움) 기록까지 다시 썼다. EPL에서 10골-10도움을 넘은 건 아시아 선수 최초. EPL에서 통산 50골 이상 득점(53골)한 것도 마찬가지의 대기록이다.
손흥민은 깨지지 않을 것 같았던 차범근(67) 전 감독의 유럽 무대 통산 최다 골(121골) 기록도 다시 썼다. 지난해 11월 츠르베네 즈베즈다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경기에서 멀티골을 넣으면서다. 이후 계속 득점포를 가동한 손흥민은 이 기록도 134골까지 올려놨다.
시즌 하이라이트는 지난해 12월 번리전서 선보인 70m 드리블 돌파 골이었다. 손흥민은 토트넘 진영 페널티박스 부근에서 볼을 잡아 빠른 스피드와 발재간으로 상대 수비 5~6명을 모두 제쳐내고 환상적인 득점에 성공했다. 리오넬 메시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떠올리게 한 이 골은 영국 BBC가 진행한 팬 투표 결과 올 시즌 가장 인상적인 장면 8위에 올랐을 정도로 내내 회자됐다.
자연스레 호평이 이어졌다. 토트넘 구단 자체 시상식에서 손흥민은 4관왕(올해의 선수·올해의 골·주니어 팬들이 뽑은 올해의 선수·서포터즈가 뽑은 올해의 선수)에 올랐고, 매년 최고 선수에게 수여되는 ‘발롱도르’ 22위에 올랐다. 이 역시 역대 아시아 선수 중 최고 순위였다.
우여곡절에도 ‘유종의 미’
우여곡절도 많았다.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차지한 토트넘은 시즌 초 성적이 곤두박질쳤다. 이 과정에서 내내 함께했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경질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손흥민 개인도 구설에 시달렸다. 같은 달 에버턴전에서는 안드레 고메스의 발목 골절상의 빌미를 제공해 팬들의 비난을 받았고, 첼시전에선 안토니오 뤼디거에 발길질해 또 다시 입방아에 올랐다. 한 시즌 2번의 퇴장은 손흥민에게 처음 있는 일이었다.
토트넘 바깥에서도 다사다난했다. 지난 10월 29년 만의 국가대표팀 평양 원정은 초유의 ‘무관중·무중계’ 경기로 치러졌다. 식자재가 압류되고 호텔에 감금되다시피한 악조건을 겪은 뒤 인조잔디 경기장에선 욕설과 몸싸움을 앞세운 북한 선수들의 거센 견제를 견뎌야 했다.
2월 아스톤빌라전에선 멀티골을 넣었지만 팔 골절 부상을 입고 뛴 걸로 드러나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고, 곧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돼 EPL이 중단되는 일을 겪었다. 이 기간 손흥민은 해병대에서 기초군사훈련까지 소화했다. 훈련생 157명 중 성적 1위를 기록해 ‘필승 상’을 받은 사실이 해외에서 화제를 모았고, 소셜 미디어에 군복 입은 손흥민 사진이 게시되자 전 세계 유명 축구 선수들이 앞 다퉈 ‘좋아요’를 눌러 국내 팬들의 흥미를 끌었다.
조세 무리뉴 감독의 수비적인 전술 속에서 손흥민은 공수 모두에 기여해야 했다. 하지만 손흥민은 이 역할에도 금세 적응했다. 과거 공격 지향적으로만 움직였던 손흥민은 공격 템포를 조절하고 볼을 좌우로 전환시키며 풀백처럼 수비에도 적극 가담하는 ‘만능’ 공격수로 발돋움했다. 우여곡절을 극복하고 발전한 손흥민의 활약 속에 토트넘도 마지막 경기에서 UEFA 유로파리그 진출이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