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용품 및 의료기기 업체 존슨앤드존슨이 암을 유발하는 석면 성분이 포함된 자사 제품을 사용하다 난소암에 걸린 여성들에게 거액을 지급하라는 미국 법원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존슨앤드존슨은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며 국내 판매는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활석(탤크) 성분이 포함된 베이비파우더 제품의 국내 시판 여부에 대한 국민일보의 문의에 24일 한국존슨앤드존슨 측은 “(북미 지역에서의 해당 제품 판매 중단은) 일부 오도된 소송, 광고로 인해 소비자 수요가 감소함에 따른 것”이며 “한국은 기존과 같이 탤크 성분의 베이비 파우더를 지속적으로 국내 공급,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존슨앤드존슨 측은 “탤크 성분의 베이비 파우더의 안전성을 확신한다”면서 “제품의 안전성에 대한 문제 제기, 그리고 근거가 없는 주장들에 대해서 법정에서 계속 강력하게 방어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미국에선 해당 제품이 소비자의 안전을 무시했다는 이유로 거액의 배상 판결이 내려졌다.
뉴욕타임스, CNBC 등에 따르면 미주리주 항소법원은 23일(현지시간) 존슨앤드존슨의 대표 상품인 베이비파우더 등 탤크가 함유된 제품을 사용하다 난소암에 걸린 여성 등 원고 22명에게 21억달러(약 2조5000억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960년대부터 작성된 기업 내부 문건에 탤크 제품이 암을 유발할 수 있는 석면을 함유했다는 사실이 적시돼 있다는 점, 그런 위험성이 있음에도 이러한 제품들을 ‘황금알’ 등 긍정적인 이름으로 불러왔다는 점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증거로 볼 때 이윤을 좇아 피고가 자사 제품이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소비자 안전을 무시했다는 합리적인 추론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해배상금으로 5억달러(약 6000억원), 징벌적 손해배상금으로 16억2000만달러(약 2조원)를 판결했다. 다만 이는 2018년 7월 원고에게 47억달러(약 5조7000억원)의 배상액을 지급하라는 평결에서 절반 이상 줄어든 액수다.
원고 측 대리인인 마크 러니어 변호사는 “민사소송에서는 기업에 (징벌적) 배상금을 부과하는 것밖엔 할 수 없다”면서 “충분한 배상금이 부과돼야 업계가 주의를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러니어 변호사는 이번 소송의 원고 6명이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세상을 떠났고, 2018년 배심원 평결 이후 5명이 또다시 사망했다면서 소비자들에게 집에 있는 베이비 파우더를 폐기하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사측은 옥수수 녹말이 석면을 대신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그 재료는 수익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한다”고 설명했다. 존슨앤드존슨은 1980년대에 탤크 성분에 대해 소비자단체로부터 항의를 받은 뒤 옥수수 분말을 이용해 대체 성분을 개발했다.
한편 존슨앤드존슨 측은 판결에 불복하면서 미주리주 대법원에 이번 판결에 대한 추가 검토를 요청할 예정이며, 계속해서 자사 제품의 안전성을 주장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 전역에서는 존슨앤드존슨의 석면 성분 함유 제품과 관련해 지난 3월까지 약 2만 건에 달하는 소비자 소송이 제기된 상태다.
존슨앤드존슨은 제품 내 석면이 발견된 이유는 원고 측이 허술한 실험 방법을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으나, 난소암에 걸린 여성들은 기업이 잠재적인 발병 위험을 알면서도 소비자에게 충분히 고지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지난 5월 존슨앤드존슨은 북미 지역에서 더는 탤크를 이용한 베이비 파우더를 판매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나, 해당 지역을 제외한 세계 각국에서는 여전히 시판 중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제품 허가 과정에서 석면 검사가 철저하게 이뤄지며, 해당 제품의 국내판에서 석면은 검출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탤크 성분의 원산지도 다르다며 “북미 제품은 중국산 탤크를 사용하는 반면 국내 제품은 인도산 탤크를 사용한다”고 덧붙였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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