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급에서 시험 성적이 중간 정도 하는 학생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이 학생의 점수가 50점인지, 70점인지 90점인지는 그 학급 전체의 학업 성취도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 중간인 학생이 50점이라면 그 학습은 전체적으로 공부를 그다지 못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반대로 중간 학생이 90점이라면 그 위로는 매우 우수한 학생들이 즐비하다고 볼 수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 A51 5G(이하 A51)를 이런 비유로 설명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라인업을 크게 S-A-M으로 나눈다. 프리미엄은 갤럭시S 시리즈이고, 가장 낮은 보급형 모델은 갤럭시M이 붙는다. 갤럭시A 시리즈는 중간이다. A51은 그중에서도 가운데다. 현재 전 세계 시장에서 판매되는 삼성전자의 A 시리즈는 A11, A21s, A31, A41, A51, A71 그리고 A90이 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전반적인 기준점이 될 수 있는 A51을 써봤다.
화웨이, 샤오미와 싸워 얻은 결론
과거 삼성전자 중저가 스마트폰이 나빴던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매력적이지도 않았다. 예상 가능한 성능과 디자인 그리고 가격까지 별다른 감흥을 주지는 못하는 제품이었을 뿐이다.
A51은 몇 년 전 삼성전자 보급형 제품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환골탈태(換骨奪胎)라는 말이 어울린다. 디자인과 성능이 이전 보급형 모델이 비해 비약적으로 좋아졌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시장에서 중저가 시장을 두고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 업체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해법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봐야 할 거 같다. 중저가 시장에서 구색갖추기가 아닌 경쟁력이 있는 라인업을 구축해야 한다는 절박함을 느낀 것이다.
A51의 외형은 갤럭시S20과 닮아있다. ‘패밀리룩’이라고 해도 될 듯하다. 전면에는 인피니티-O 디스플레이가 탑재돼 있고, 후면 카메라는 왼쪽 위에 배치돼 있다. 후면에 적용된 홀로그램 패턴을 봐야 이 제품이 A51이라는 걸 명확하게 알 수 있다.
A51은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엑시노스980을 사용한다. 벤치마크 프로그램으로 성능을 테스트해보면 수치상으로 갤럭시S9과 엇비슷하게 나온다. 벤치마크가 성능의 절대 지표는 아니지만, A51의 성능이 부족하지 않다는 걸 추측할 수 있다.
실제로 사용하면서 체감으로 성능이 부족하다는 느낌도 받지 못했다. 웹서핑할 때, 카메라를 구동시킬 때, 게임을 할 때도 버벅거리거나 느리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램도 6GB로 모자라지 않다.
카메라는 극한 상황이 아니라면 괜찮은 사진을 남겨준다. 다른 보급형 모델과 마찬가지로 광학식손떨림보정(OIS)가 빠져 있어서 어두운 밤 같은 저조도 상황에서는 불리하지만, 광량이 충분한 곳에서 찍은 사진은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다. 4개의 카메라를 활용해 접사, 초광각(화각 123도) 등 다양한 사진을 찍는 재미도 경험할 수 있다.
A51은 최근 나온 삼성전자 플래그십 라인업에 없는 2가지가 있다. 우선 3.5㎜ 이어폰 잭이 있다. 집에서 잠자고 있던 이어폰을 꺼내 쓸 수 있다.
그리고 디스플레이가 양쪽 측면이 굽은 엣지가 아니고 평면이다. 디자인 측면에선 엣지 디스플레이를 적용하는 게 좋지만, 사용성은 평면이 낫다는 사용자가 많다. 화면 크기는 6.5형으로 적당하고, 배터리는 4500mAh로 넉넉한 편이다.
상위 기종과 급 나누기 차원에서 빠진 건 OIS, 무선충전, 방수·방진 정도다. 물론 이런 기능이 다 포함돼 있다면 더 좋았겠지만, 가격을 고려하면 크게 불만을 가질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첫 입문자에 만족스러운 제품
A51이 겨냥하는 고객은 S 시리즈나 노트 시리즈를 사용하는 ‘헤비 유저’가 아니다. 일상적인 사용에서 큰 차이가 없더라도 더 나은 성능, 더 좋은 카메라 등에 대한 요구가 있는 사용자까지 끌어내리려는 스마트폰이 아니라는 의미다.
스마트폰을 처음 접하는 청소년이나 일상적인 사용에 초점을 맞춘 중장년층에겐 A51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A51은 성능과 가격 등 여러 면에서 ‘적당한’ 제품이다.
A51의 완성도는 앞으로 나올 갤럭시 노트20 등 삼성전자 하반기 라인업에 대한 기대감도 높인다. 앞에서 말했듯이 보급형 모델의 상향 평준화는 그 회사 프리미엄 라인업도 이전보다 많은 개선이 있다는 기대감을 높인다.
A51 선택에 걸림돌은 제품 자체가 아니라 이동통신사의 5G 요금제다. A51은 국내에서 5G 전용으로 출시된다. 이통사를 통해 산다면 무조건 5G 요금제에 가입해야 한다는 의미다.
여기서 밸런스가 어긋난다. A51은 시장 카테고리 상에서 중간쯤의 제품이다. A51을 선택하는 건 요금제도 중간쯤을 하겠다는 의미로 봐야 한다. 통신요금을 줄이려고 저렴한 모델을 선택했는데, 거기다 8만원 이상의 요금제를 붙이는 건 맞지 않는다.
현재 이통사들의 5G 요금제는 가장 저렴한 게 5만원을 넘는다. LTE 요금제가 3만원대에서 출발하는 것에 비해 비싸다. A51을 사면 LTE 요금제를 쓸 때보다 매달 최소 2만원 이상 요금을 더 내야 한다는 의미다. 이통사들이 당분간 저렴한 5G 요금제 확대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중저가 5G 스마트폰 확대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급제폰을 사서 LTE 요금제에 가입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통사 대리점을 통해 스마트폰을 사는 것보다 접근성이 떨어진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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