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유독 대북전단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 왔다. 김 위원장뿐 아니라 선대인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등 이른바 ‘최고존엄’을 모독하고 3대 세습의 정당성을 의심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집권 초기 권력 기반을 다지는 과정에서 대북전단으로 인한 주민 동요를 경계했던 것으로 보인다. 자존심이 강한 김 위원장 특유의 성격이 반영된 측면도 있다.
탈북민 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지난달 31일 경기도 김포에서 대북전단과 1달러 지폐 등이 담긴 대형 풍선에 ‘새 전략 핵무기로 충격적 행동을 하겠다는 위선자 김정은’이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매달아 북쪽으로 날려 보냈다. 최고지도자 비판을 용납지 않는 북한에서 김 위원장을 ‘위선자’로 표현한 것은 중죄에 해당한다. 4월 30일에는 21대 총선에서 탈북민 출신 태영호·지성호 미래통합당 의원이 배출됐음을 알리는 전단을 보내기도 했다.
대북전단과 함께 USB 메모리와 SD 카드 등 이동식 저장장치를 함께 날려 보내는 것도 북한 당국에게는 골칫거리다. 탈북민 단체가 저장장치에 남한 드라마와 대중가요 등 북한 주민들이 좋아하는 볼거리를 담아뒀기 때문이다. 북한 당국은 주민 동요를 막기 위해 한류 콘텐츠를 ‘남조선 날라리풍’ ‘자본주의 황색 바람’ 등으로 지칭하며 강력히 단속하고 있다. 그럼에도 북한 주민 사이에서는 한류가 이미 뿌리 깊게 자리 잡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4일 “대북전단 살포 문제는 이전부터 북한 최고지도부가 가장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문제였다”며 “북한은 대북전단을 최고지도자의 존엄을 훼손하는 대북 적대시 정책의 상징처럼 받아들여 왔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과거부터 북한은 전단 문제에 강력 반발해왔다”며 “코로나19로 민심이 좋지 못한데다 주민 통제에 주력하는 상황에서 대북전단은 달갑지 않다고 여긴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은 오랜 기간 동안 대북전단 살포 행위에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북한은 9년 전인 2011년 3월 전선서부지구사령관 명의 담화를 통해 대북전단뿐만 아니라 전단을 날리는 원점에까지 사격을 가하겠다고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특히 북한이 이번에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명의로 담화를 내고 이를 노동신문에 게재한 것도 매우 이례적이다. 우리 정부뿐 아니라 북한 주민들을 향해서도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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