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항의 시위를 저지하기 위해 연방 정규군을 투입하겠다는 초강경 기조에서 한발 물러섰다. ‘군은 정치에서 독립돼야 한다’고 믿는 미군 퇴역 베테랑들의 힘이 트럼프 대통령의 폭주를 막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보수 성향 케이브매체 뉴스맥스 소속 숀 스파이서와의 일대일 인터뷰에서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시작된 항의 시위에 군사력을 투입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폭력 시위가 벌어지는 도시에는 군을 투입할 수 있느냐는 스파이서의 질문에도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그럴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그가 전날 주지사들이 폭력 사태를 진압하지 못할 경우 정규군을 투입하겠다고 경고한 것과 비교하면 급선회한 입장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의 군 투입 방침에 대한 미군 퇴역 베테랑들과 국방부 고위 관계자들의 우려와 분노가 대통령의 입장 변화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충성파’로 분류되는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민간 시위대 진압을 위한 현역 병력의 투입은 최후 수단”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그는 “(군 투입은) 가장 심각한 상황에서만 사용돼야 한다”며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군을 동원하기 위한 폭동진압법 발동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당초 에스퍼 장관은 트럼프의 군 투입 방침에 동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1일 백악관에서 진행한 주지사들과의 화상회의에서 “병력을 집결해 전투공간을 빠르게 장악할수록 시위대가 더 빨리 소멸되고 우리는 올바른 정상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1일 국방부 수장인 국방장관이 백악관 인근 세인트 존 교회 앞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의 성경책 인증샷 행사에 동행한 것에 대해 미군 퇴역 베테랑들의 호된 질책이 이어지자 에스퍼 장관도 입장을 바꿨다.
당시 행사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 경호를 맡는 비밀 경호국과 경찰은 백악관 앞에서 평화적으로 시위를 벌이던 이들을 최루탄 등을 동원해 강제 해산시켰다. 이후 에스퍼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세인트 존 교회 앞까지 함께 걸어갔는데, 퇴역 장성 및 일부 군부 고위관계자들은 이 모습이 국민들에게 군부가 계엄령을 향한 움직임에 동참하는 것으로 보이게 될까봐 우려했다고 NYT는 전했다. 마크 뎀프시 전 합참의장은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전쟁터가 아니며 우리의 시민은 적이 아니다”고 공개 반발하기도 했다.
미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퇴역 군인이자 트럼프 행정부 초대 국방장관을 지낸 제임스 매티스도 이날 시사잡지 디 애틀랜틱에 기고문을 보내 트럼프 대통령을 작심 비판했다.
매티스 전 장관은 “트럼프는 미국인들을 통합하려 노력하지 않고, 심지어 노력하는 척조차 하지 않는 대통령”이라며 “이런 대통령은 내 평생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를 분열시키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매티스 전 장관은 트럼프의 군 투입 방침에 대해서도 분개했다. 그는 “약 50년 전 군 생활을 처음 시작했을 때 나는 헌법을 수호하겠다는 맹세를 했다”며 “나와 같은 맹세를 한 미군들이 우리 시민들의 헌법적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명령을 받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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