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 제자에게 ‘팬티 빨래’ 숙제를 내주고 성적표현이 담긴 댓글을 달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울산 초등학교 A교사가 자신을 향한 비난에 대해 ‘마녀사냥’이라고 규정하고 인터넷 실명제를 위한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체육 교사로 배정됐지만 교육이 되겠냐”며 스스로 교직에서 물러날 것임을 시사했다.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더욱 공분해 맹비난을 퍼부었다.
A씨는 29일 자신의 SNS에 장문의 심경글을 올렸다. “많이 힘들고 아픕니다”로 시작된 글엔 “지인들의 격려 문자와 전화로 견디고 있다”는 근황을 전했다. “마녀사냥 남의일인 줄 알았다. 하지만 정말 이건 아니다”라고 한 A교사는 “그 분들 또한 자신의 가족이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왜 모르시는지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대한민국이 더 이상 익명의 다수 네티즌에 의해 다치는 사람이 생겨나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A교사는 “이 고통은 나 하나로 이젠 끝나야 한다”고 했다. “왜 연예인이 자살하는 지 알 것 같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하루에도 수십개의 모르는 번호의 전화 개인 톡으로 수백명의 욕설 나갈 수도 없게 초대돼 욕설하는 단체 채팅창 SNS 폭탄, 내가 잘못했다”고 한 A교사는 “누군지 모르니 나와 이야기하자는 글을 밴드에 올렸다. 그게 화가 나셨다면 무릎 꿇고 사과하겠다. 그런데 누군지 알아야 사과할 수 있다. 그 분은 정녕 나를 교사 자리에서 끌어내리고 우리 가족이 죄인처럼 살기를 바라시나?”라고 반문했다.
A교사는 또 “좋은 댓글도 많이 달았는데 ‘섹시’라는 표현을 쓴 거 ‘성인지 감수성’ 떨어진 것도 잘못했다. 예전에 올린 ’누드김밥’, ‘브란감’, ‘단통방 후배님 아재개그’ 다 잘못했다”면서 “청와대 청원사이트에 나를 그만두게 하려는 글을 올리시는 분들이 많다고 전해 들었다. 교육청 관계자, 경찰 여러분, 내가 교직 그만두면 수고로운 절차 안 하셔도 된다”며 스스로 교직을 떠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교사가 아이들 곁을 떠나고 함께 할 수 없는데 정직이든 감봉이든 받고 생활하고 싶지 않다”고 한 A교사는 “우리 학교에서 체육 교사 배정됐다. 아이들이 ‘섹시팬티 변태교사’라고 생각할텐테 무슨 교육이 이뤄지겠나. 나를 징계 내려 다른 학교로 전근보내면 마무리 되나. 내 발로 당당하게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A교사는 “나갈 때 나가더라도 나를 위한 지지 성명이 아닌 맘카페 등 실명제를 위한 서명 운동을 전개하고 싶다. 나와 같은 여러분의 가족이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며 “더 이상 교육이 맘카페나 익명의 네티즌들로 휘둘려서는 안 된다. 부모도 자식교육하다 실수하면 잘못했다고 이야기한다. 교육도 그렇다. 실수 인정하고 해당 부모님께 사과하고 더 좋은 방법 모색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A교사는 마지막으로 “이 글로 익명으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이 몇 명이라도 줄어든다면 조금 더 따뜻한 세상이 되겠죠”라고 마무리하며 서명운동 링크를 함께 게시했다. 해당 글은 순식간에 인터넷커뮤니티와 SNS등에 빠르게 퍼졌다. 이를 본 많은 네티즌은 적반하장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분노했다. 아울러 “체육 교사로 배정됐다” A교사의 주장에 공분했다.
논란이 커지자 울산교육청은 난색을 표했다. 울산교육청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에 “초등학교에서는 체육, 영어, 예체능 교과 교사들이 비담임인 경우가 있다. 체육 전담 교사가 A씨가 맡았던 학급의 새로운 담임 교사가 됐다”며 “다만 A씨는 아직 교원 신분을 유지할 뿐 교체 개념으로 체육 교과에 배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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