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은 한국교회 사역 현장에도 적잖은 변화를 가져왔다. 전국 교회들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고 성도와 지역사회 안전을 위해 자발적으로 예배당 폐쇄에 나섰다. 최근 일주일 사이 각종 사역을 온라인으로 대체하는 교회가 대폭 늘어난 것도 새로운 풍경이다. 동시에 온라인상에서는 서로의 일상 속 신앙생활을 공유하며 전에 없던 교제가 확산되는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경산중앙교회(김종원 목사)는 지난 20일 예배당 자발적 폐쇄를 결정했다. 일요일마다 연인원 7000여명이 오가고 지역 내 가장 많은 주민들이 이용하는 다목적 시설이었기 때문에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결단이란 평가가 나왔다. 이후 일주일을 지나오는 동안 교회엔 파격적 결단보다 더 놀랄만한 고백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김종원 목사는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금요성령집회 주일 예배 등 주요 사역을 인터넷 중계로 전격 전환한 이후 예상치 못했던 ‘영적 폭발’이 일어났다”고 전했다. 이어 “한 주 사이 성도들이 가족끼리 예배드리는 사진을 공유하는 문화가 생겼는데 ‘오랜만에 3대가 가정예배를 드렸다’ ‘불신자였던 남편도 같이 예배하며 손을 모았다’ 등의 사연도 함께 나누게 돼 깜짝 놀랐다”고 덧붙였다.
교회 홈페이지에는 300여장의 예배 인증샷과 함께 각 가정 마다 특별한 사연이 올라와 있었다. 손준혁 윤정미 집사 가정은 ‘3대가 함께 한 가정예배’ 사진을 띄우며 “코로나19가 대구 경북을 휩쓸고 있는 지금 잠시 하나님의 성전을 비웠지만 우리의 예배는 중단되지 않았다. 하나님을 향한 간절한 사랑과 은혜 베푸심이 더 뜨겁게 우리 가정 가운데 역사하셨다. 부모님과 아이들. 저희 집의 믿음의 대를 계속 이어가며 하나님 기뻐하시는 모습을 그려본다”라는 후기를 올렸다.
윤혜원 집사 가정은 아이들이 직접 만든 헌금함을 갖고 예배에 동참했다. 윤 집사는 “네 명의 아이 모두와 함께 주일예배를 드릴 기회가 없었는데 좋은 기회를 얻었다”며 “아빠는 촬영담당 엄마는 예배 생중계 준비 첫째는 헌금위원 둘째 셋째 넷째는 예배의 자리를 지키며 하나의 작은 교회가 됐다”고 전했다.
공동체 안에선 재미있고 은혜로운 사진과 사연을 선정해 자발적으로 치킨 기프티콘을 선물하는 이벤트까지 생겼다. 김 목사는 “부교역자 한 명이 청년 부서를 대상으로 ‘은혜 넘치는 예배현장에 치킨을 쏘겠다’며 시작된 것이 확산되고 있다”면서 “담임 목사 동참에 대한 목소리가 나와 기꺼이 참여를 선언했다”며 웃었다.
김 목사는 “수년간 가정예배 활성화를 강조해 오면서도 성도들 사이에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는 고백이 나와 아쉬움도 적지 않았는데 시대적 상황을 절묘하게 활용하게 하시는 하나님을 느끼게 됐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물리적 공간은 닫혔지만 성도들에겐 신앙의 본질을 깨닫게 하는 영적 문이 열렸을 것”이라며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진 뒤 다시 예배당으로 돌아왔을 때 얻게 될 성도들의 감격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교회가 자체 제작한 애플리케이션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곳도 있다. 오현기 대구동일교회 목사는 “교회 부속기관으로 IT선교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데 2년 전 제작한 자체 애플리케이션이 코로나19 사태가 가운데 큰 힘이 돼주고 있다”고 전했다. 오 목사는 “예배를 온라인으로 대체하면서 교회 홈페이지와 유튜브, 애플리케이션 등이 영적 교제를 이어가는 도구가 돼주고 있다”며 “교역자들이 애플리케이션으로 사역 현황을 공유하고 순장(구역장)들과 함께 구역별로 성도들의 신앙생활을 나누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늘어난 건 다음세대 성도들의 기도다. 교육사역총괄 이헌체 목사는 “순장들이 공유하는 단체카톡방에서는 어린이 성도들의 손글씨 기도문이 연일 반가운 소식으로 들려온다”며 “온라인 예배가 활성화 되면서 가정에서 다음세대와 영적으로 교제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가지게 된 것 같다”고 전했다.
오 목사는 “온라인이 중요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는 모습과 함께 성도들에겐 역설적으로 성전에서 드리는 예배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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