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신종코로나) 국내 16번째 확진자가 증상 발현 후 10일간 ‘의심환자’ 감시망에 빠져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5일 중앙방역대책본부와 광주광역시에 따르면 16번 환자인 42세 한국인 여성은 지난달 25일 첫 증상을 보였지만 이달 4일에서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중국 방문력이 없었기 때문에 감염 가능성을 의심하지 않은 탓이다.
현재 의료기관에서는 ‘중국 후베이성을 다녀온 뒤 14일 내 발열 또는 기침이 있는 사람’ ‘중국을 다녀온 뒤 14일 이내 영상의학적으로 폐렴 증세가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선별 진료 중이다. 이는 보건당국이 신종코로나 선별 진료를 위해 의료기관에 제공하는 정보를 ‘중국 방문력’에 한정한 데 따른 것이다.
16번 환자가 오한과 발열 등의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을 당시, 신종코로나 의심환자로 분류되지 않은 이유도 이것이다. 폐 관련 기저질환이 있다는 점도 감염을 의심하는 데 걸림돌이 됐다.
16번 환자는 증상이 나타나고 이틀 뒤 광주광역시 21세기병원을 찾았으나 폐렴약만 처방받고 귀가했다. 엑스레이와 혈액검사 모두 ‘정상’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같은 병원에서 지난달 28일부터 일주일간 입원 치료를 받았다. 호흡곤란과 폐렴 증상이 악화한 지난 3일에서야 전남대병원 응급실로 이송된 뒤 격리됐다.
의료계에서는 16번 환자가 병원에 입원했던 만큼 ‘슈퍼 전파’ 사례가 등장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때와 같은 그림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비말(침방울)로 전파된다. 병원에서 인공호흡이나 기도삽관 등을 할 때 환자의 분비물이 에어로졸(공기 중에 떠 있는 고체 입자 또는 액체 방울) 형태로 퍼져 전파력을 높일 수 있다.
이에 따라 16번 환자가 입원했던 병원은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 병원에 있는 의료진과 환자를 통째로 외부와 격리하는 ‘코호트 격리’상태다. 이는 특정 질병 발병 환자와 의료진을 동일 집단으로 묶어 전원 격리해 확산 위험을 줄이는 조치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